시아파 종주국 이란… 대선 결과에 중동정세 요동

입력 2013-06-11 19:13 수정 2013-06-12 01:24

“이란은 역내에서 가장 강한 나라이고 보유 미사일 사정거리 또한 수천 ㎞에 달할 정도죠. 그런데 우린 닭고기가 필요해요.”(이란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 사령관 출신의 대선 후보 모흐센 레자이)



14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이란 민심을 이처럼 잘 보여준 발언이 있을까. 비록 유력 후보는 아니지만 보수 성향의 레자이가 대선 광고에서 한 말마따나 이란 경제는 총체적 난국이다. 핵무기 개발 의혹에 따른 서방의 경제 제재로 원유 수출은 500억∼600억 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반타작 났고 통화가치 하락, 인플레이션과 실업난도 심각하다. 이란인들은 음식을 살 때 지난해보다 최대 3배를 지불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10일 보도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이란의 표심은 경제 문제 해법으로 모아지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핵 프로그램은 주권 국가이자 핵무기비확산조약 가입국인 이란의 고유 권리”라면서도 서방과의 협상 기조를 놓고는 태도가 다르다. 보수파일수록 서방에 대한 강경 기조를, 중도·개혁파일수록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란의 경제 위기는 대선 표심으로, 이는 다시 중동 전역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2년 넘게 내전을 치르고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이란의 외교 정책이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보수적인 현 정권은 시아파가 집권한 이라크, 시리아와 레바논 헤즈볼라 연대 강화를 추구한다. 이란이 아사드 정권에 지원한 자금은 수십억 달러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그러나 가계 경제 부담에 눌린 이란 국민은 국외에 돈을 풀어대는 정부의 씀씀이에 불만을 쌓고 있다. 수도 테헤란에 거주하는 알리레자(32)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란인이 우선”이라며 “정부 자금은 국내에 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라크도 이란 대선 결과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중동 언론 알아라비아는 분석했다. 이란은 극심한 종파 갈등을 겪고 있는 이라크에 자금을 풀어 시아파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니파들의 지지를 받은 이라키야당이 2010년 총선에서 승리하고도 총리 자리를 시아파에 내준 것 또한 이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의 보수 진영은 역내 시아파 연대를 강화하지 않으면 핵 프로그램이 서방 위협을 받을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시아파 국가에 대한 지원금을 ‘외교적 국방비’로 여기는 셈이다. 그러나 경제 위기에 민감한 표심이 중도·개혁 후보를 당선시키면 시리아 아사드 정권, 이라크 누리 알 말리키 총리 또한 타격을 입게 된다. 보수 후보가 승리하면 중동 외교 정책은 그대로, 중도·개혁 후보가 주도권을 쥐면 인접국 내정 간섭은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중도 성향의 하산 로우하니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진영별로 단일화 바람이 불고 있다. 보수 진영의 골람알리 하다드 아델 후보와 개혁 성향으로 테헤란대 교수를 지낸 무함마드 레자 아레프 후보가 잇따라 사퇴했다. 아델 후보는 보수의 패배를 막기 위해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정치 제도가 대통령 위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 지도자(Supreme Leader)’를 두고 있어 대선 결과가 큰 향방을 가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최고 지도자는 보수 성향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로 임기는 종신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