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투자·소비… 현오석 “저성장 흐름 끊겠다”

입력 2013-06-11 18:54 수정 2013-06-11 22:50


가계와 기업의 지갑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소비·투자심리를 녹이지 못하면 자칫 저성장 흐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정부 진단이 나왔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경제인문사회계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하반기에 저성장 흐름을 끊겠다”고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는 이날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 6월호에서 “수출과 건설 투자가 늘어났지만 소비 및 설비 투자가 감소해 저성장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소매판매는 전월에 비해 0.5% 줄었다.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 소비는 2.1% 늘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 소비가 각각 4.3%, 0.1% 줄며 감소세를 이끌었다.

기재부 모니터링 결과 가계는 지갑을 닫고 있다. 1분기 가계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받던 2009년 1분기(-3.6%) 이후 4년 만에 처음 감소세가 나타났다. 지난달 국산 승용차 판매량도 전월 대비 1.9% 줄고 할인점 매출액은 4.4%, 휘발유 판매량은 1.2% 감소했다.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도 4월에 비해 증가폭이 1.2% 줄었다.

기업도 몸을 사리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고정자본형성 비중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4.22% 포인트 하락한 23.31%로 조사됐다. 1977년 1분기(20.02%) 이후 3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총고정자본형성은 기업이 생산능력 유지나 신규사업 진출 등을 위해 설비와 건설, 무형 자산에 투자한 액수를 뜻한다.

이 비중은 2008년 30%대 수준을 유지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27%대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지난 1분기 들어서면서 23%대까지 추락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재투자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다. 3월 말 기준 전체 기업의 요구불예금은 37조8894억원으로 전월(35조3031억원) 대비 2조5863억원(7.33%) 증가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현 부총리는 “저성장의 흐름을 끊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1분기 성장률이 다소 반등했지만 회복 모멘텀이 약하다”며 “창조경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하는 등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마련된 정책들이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도록 해 정책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정부는 일단 추가경정예산 편성, 4·1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 벤처·창업자금 선순환 방안, 공약가계부, 일자리 70% 로드맵 등 ‘정책 조합’으로 난국을 헤쳐나갈 계획이다. 다만 기존 대책만으로는 소비·투자를 촉진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2008년에 경기부양을 위해 3조원을 투입했던 유가환급금 지급과 같은 특단의 조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배경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