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대표단의 朴대통령 면담’ 여러 시나리오 대비

입력 2013-06-11 18:43

남북당국회담을 위해 12일 서울을 방문하는 북한 대표단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날지 주목된다. 면담이 성사된다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이 높아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 정상 간 첫 간접대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김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게 될지도 관심이다.

박 대통령이 먼저 대화를 통한 대북 문제 해결을 강조해 왔고 북한이 여기에 호응해 모처럼 대화 의지를 보이는 점을 고려해보면 면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는 11일 북측이 대표단 명단을 보내기 전까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공식적으로는 면담 여부를 확정짓지 않았다. 다만 여러 가능성을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대남부문 최고위직이 방문할 경우 박 대통령 접견을 추진하지만 ‘급’이 맞지 않는 인사가 내려올 경우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북측 대표단의 박 대통령 면담 가능성은 숙소가 청와대와 가까운 그랜드힐튼호텔로 정해지면서 무게가 실렸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북한조문단으로 내려온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면담하기 전 묵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사례 외에도 그동안 서울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은 수차례 우리 대통령과 면담한 전례를 남겼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제1차 남북 장관급 회담 차 내려온 북측 대표단은 일정 마지막 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접견했고, 이듬해 9월 열린 제5차 회담 때도 김 전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6월 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 기간 북측 대표단과 만났다. 앞서 1972년 남북조절위 1차 회의 때 박성철 북한 제2부수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예방한 적이 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0년, 1991년 두 차례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때 북한 총리 일행을 만났다.

한편 남북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 북한 측 수석대표로 나온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이 2002년 박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밀착 수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여성인 김 부장을 수석대표로 내보낸 것도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당시 방문 일정을 기록한 영상과 자료사진을 보면 김 부장은 3박4일 일정으로 방북한 박 대통령을 내내 옆에서 수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북한이 공개한 것으로 보이는 유튜브 영상에서 김 부장은 모란봉 을밀대에 올라 평양 전경을 내려다보는 박 대통령에게 해설을 하고 박 대통령이 평양시내 지하철을 참관할 때 바로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평양 개선문을 참관하는 박 대통령 옆에서 우산을 받쳐준 모습, 박 대통령이 판문점을 통해 귀환할 때 그 옆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서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