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남북회담 언급 자제하며 차분·신중한 준비

입력 2013-06-11 18:40


남북당국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정부는 회담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청와대는 주무 부처인 통일부 등으로부터 준비 상황과 전략 등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면서도 최대한 회담 관련 언급을 자제하며 통일부 중심의 ‘원보이스(One Voice)’ 기조를 유지했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남북당국회담 관련 발언을 한 것 이외에 일절 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으며 차분하고 신중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에 대비했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들뜨지 않도록 관련 부처를 컨트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조용하게 냉철하게 분위기를 유지하려 한다”면서 “회담 관련 사안은 통일부가 모두 처리하는 기조”라고 전했다. 전날 청와대가 직접 북측 수석대표의 격을 비판한 것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회담 준비와 진행은 통일부에 모두 맡긴다는 원칙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번 회담이 수년간 경색돼 온 남북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데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핵심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발을 내딛는 계기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진행했다가 성과물이 없을 경우 모처럼 찾아온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상실하는 등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정부는 회담장과 북측 대표단 숙소로 사용되는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의 객실과 회의장 등에 대한 사전 보안점검을 마쳤다. 정부 당국자는 “향후 남북관계에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의제가 논의되는 자리이니 만큼 외형적이거나 행사성이 아닌 실질적인 회담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랜드힐튼 호텔에는 벌써부터 국내외 언론의 취재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미 방송사 중계차량이 진을 쳤고, 상주 취재를 원하는 언론사의 객실 예약도 밀려들었다. 이날까지 통일부에 취재 신청을 한 내외신 취재진은 1500명이 넘었다는 후문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회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우리는 (회담에) 진지한 자세를 갖고 있다”며 “신뢰를 구축하고 진실성을 확인해 앞으로 협력관계로 발전해 나가는 데 뜻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을 묻자 정 총리는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길 희망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너무 앞서가는 예단은 삼가 달라”고 답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