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시간없어 밤샘협상할 듯… 환영만찬도 약식으로
입력 2013-06-11 18:40
12∼13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남북당국회담은 1박2일의 짧은 일정에 맞춰 양측이 ‘밤새 마라톤을 뛰며 용건만 털어놓는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남북의 대화 의지가 강하다면 속전속결로 대화가 진행되고, 회담 일정이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양측이 예전처럼 기싸움을 벌인다면 ‘밥만 먹는’ 회담이 될 수도 있다.
남북은 북측 대표단이 회담장 겸 숙소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 도착한 직후 공식 회담 일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정이 짧아 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전체회의 전에 상견례를 겸한 오찬이 있을 수 있다.
2007년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장관급 회담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당시는 5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 3박4일 회담이 잡혀 있어 일정에 여유가 있었다. 북측 대표단은 회담 첫날 오후 늦게 서울에 도착했고 잠시 여독을 푼 뒤 오후 7시부터 환영만찬이 열렸다. 만찬에는 당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을 비롯해 백종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 김상근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백낙청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만찬을 하더라도 약식으로 진행되고 관례적으로 해왔던 시찰이나 참관도 없을 전망이다.
일정은 빡빡해도 ‘전체회의→수석대표 및 차석대표(회담대표) 회의→합의서 타결→종결회의’ 순으로 진행되는 남북 회담 기본골격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사안에 따라 수석대표 및 차석대표 간 회의를 열어 이견을 좁힌 뒤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북측 대표단의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로 회담이 가능한 시간은 길어야 하루 반나절이다. 이에 따라 남북은 회담 첫날 오후부터 심도 깊은 논의를 시작해 밤샘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일 열린 실무접촉에서도 10일 새벽 3시가 넘어 발표문이 나온 바 있다. 이번 회담 합의문 역시 13일 오후 늦게 도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6년 전 열린 장관급 회담의 경우 남북은 전체회의 2회, 수석대표 및 회담대표 접촉을 각각 3회씩 가졌다. 양측이 ‘쌀 차관’ 문제로 충돌하면서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정상화,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 핵심 현안과 6·15 공동선언 기념행사 문제까지 다룰 예정이어서 전체회의와 각급 대표 회담을 수차례 거듭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