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1년치를 1학기에… 선행학습 너무해

입력 2013-06-11 18:27

서울의 A자율형사립고는 2학년 학생들이 1년 동안 배울 ‘수학Ⅰ’ 과정을 오는 7월 기말고사 전까지 모두 끝낼 계획이다. 2학기부터는 모의평가와 대입을 위한 본격적인 문제풀이를 하기 위해서다. A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1년 동안 배울 양을 한 학기에 끝내려고 하니 벅차다. 학원 수업과 병행해 겨우겨우 진도를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B외국어고 1학년 수학 시간에는 학교가 자체 제작한 교재를 활용한다. 별도로 배포되는 유인물에는 종종 2∼3학년 과정에서 배울 문제가 나온다. B학교의 한 학부모는 “간혹 나오는 선행학습 점검을 피하기 위해 이런 편법을 쓰는 것”이라며 “고등학교 과정 문제가 출제된 유인물로 심화학습을 하는 국제중도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서울 시내 과학고·외국어고·국제고 등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자율형공립고 등 자율고 절반가량이 수학과목을 선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특별점검단을 구성해 특목고와 자사고의 수학 선행학습 조사에 착수했다고 11일 밝혔다. 시교육청의 선행학습 조사는 28일까지 이어진다.

시교육청은 특정 학년·학기에 수학 세부과목을 과다 편성한 것으로 보이는 학교 20개교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공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를 분석한 결과 과학고와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20개교의 수학 세부과목 이수단위가 과다하다고 판단됐다”며 “수업 진도가 계획보다 지나치게 빠르거나 수Ⅰ 수업시간에 수Ⅱ를 가르치는 행위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해당 학교들이 학기 전 제출한 교육과정 편성 운영계획과 실제 수업 간 괴리가 있는지 여부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 교사들은 시교육청의 선행학습 조사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수학의 경우 3학년 2학기 때 보는 9월 모의평가의 출제 범위가 전 교과이고 수능도 11월 초에 실시되는 만큼 1·2학년 때 미리 진도를 나가지 않으면 학생들이 시험준비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외국어고 수학교사는 “실제로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학교에서 진도를 빨리 끝내줘 복습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라며 “학생들의 모의평가와 수능 대비를 위해 진도를 미리 조절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