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불효 말라” 20분간 설득… 자살시도 고교생 구한 경찰
입력 2013-06-11 18:20
자살하려던 고교생이 경찰의 설득으로 구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7일 밤 11시3분쯤 고교생 이모(15)군은 서울 광진교 5m 아래 난간에서 ‘뛰어 내리겠다’며 자살을 시도했다. 친구와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광진경찰서 광나루지구대 정휘우(51) 경위와 임철한(45) 경사 등 4명은 이군에게 접근해 설득을 시작했다. 정 경위가 이군에게 “왜 그러냐” 물으며 난간 쪽으로 내려가려고 하자 이군은 “오지 말라. 내려오면 떨어진다”고 위협했다. 다리 아래 강에는 한강경찰대 구조보트가 대기 중이었다.
정 경위가 “뭐 때문에 그러냐”고 하자 이군은 “살기 싫다”고만 했다. 정 경위는 “학생인 것 같은데 죽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아저씨와 차분히 얘기해보자”며 계속 말을 시켰다. 옆에 있던 임 경사도 “부모님보다 먼저 죽는 건 불효다. 부모님을 생각해보자”고 하자 이군은 “그렇긴 하다”며 심경의 변화를 보였다. 정 경위는 “일단 올라와서 얘기하자”고 했고 이군은 서서히 다리 위로 올라왔다. 자살 소동이 벌어진 지 20분 만이었다.
다리 위에서 이군을 만난 경찰은 깜짝 놀랐다. 180㎝의 훤칠한 키에 자살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태권도 공인 5단인 데다 학업 성적도 좋았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군에겐 친구와 부모 사이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이군의 부모는 밤 늦게까지 일했기 때문에 집은 매일 비어있었고 툭하면 친구들이 집에 찾아와 담배를 피우며 놀았다. 친구들은 이군 부모가 자고 있는 한밤중에도 전화해 재워달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이군은 부모에게 몇 차례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이군은 광진교로 가기 직전까지 근처 공원에서 친구들과 있다가 헤어졌고 친구들이 연락하자 “살기 싫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군이 외로움을 많이 탔고 친구들과 부모 사이에서 고민하다 감정조절이 안 돼 충동적으로 자살시도를 한 것 같다”며 “사춘기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상목 정건희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