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람 잡는’ 증권가 찌라시, 인터넷 포털도 점령

입력 2013-06-11 18:13 수정 2013-06-11 22:29


증권가 정보지(찌라시)가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넘어 인터넷 포털사이트까지 점령해 가고 있다. 개인 간에 은밀히 주고받던 루머를 단순한 검색만으로 누구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재계·연예계는 이처럼 확산되는 루머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검·경이 수사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11일 네이버 검색창에 ‘찌라시’를 입력하니 각종 증권가 정보지 내용이 쏟아져 나왔다. 정보지에 실린 글들을 월별, 주제별로 모아놓은 것도 수두룩하다.

‘6월 증권가 찌라시 모음’이란 제목의 글에는 ‘재벌 2세가 강남 텐프로 여성에게 빠져 그 기업에서 난리가 났다. 그 업소는 워낙 비싸 어지간한 돈으론 갈 수 없고 모르는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업소 위치와 거론된 인사의 평판, 정보의 출처까지 기재돼 있다.

찌라시의 단골메뉴인 연예인 스캔들도 실명과 함께 줄줄이 검색됐다. 새로 올라온 내용은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있는 방송인 A씨가 다른 이성에게 치근덕거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A씨가 ‘연예매체 여자 인턴기자의 회사 앞까지 찾아갔다. 수시로 걸려오는 그의 연락에 인턴기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연예인 B씨가 룸살롱 여성에게 성폭행으로 고소당해 서초경찰서에 다녀왔다’ ‘가수 C씨가 이혼한 이유는 배우자가 다단계에 빠졌기 때문이다’ ‘배우 D씨와 걸그룹 E양이 특급호텔에 함께 투숙했다’ 같은 루머가 사실인 양 버젓이 게시돼 있다. 그러나 서초경찰서 등에 확인한 결과 모두 사실무근이었다. 포털에 올라온 정보지는 대부분 메신저나 SNS에 떠도는 내용을 개인 블로그나 카페에 옮겨놓은 경우다. 한 연예매체는 증권가 정보지가 나돌 때마다 관련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었다.

증권가 정보지가 포털에까지 진출해 확산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면서 거짓 정보 피해도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가수 손호영(33)씨 애인이 자살한 사건에선 ‘자살로 위장한 타살’이라거나 ‘범인이 미국으로 도주했다’는 식의 황당한 얘기가 찌라시 형태로 인터넷에 나돌았다. 그러나 포털에 이런 글을 올리는 이들은 과거 정보지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 일부 사례를 모아놓고 ‘신뢰도가 높다’고 강조한다.

수사 당국은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정보지가 워낙 많이 퍼져 있어 고소·고발이 없으면 수사 착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들도 신고할 경우 오히려 루머가 확산될 수 있어 애만 태우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허위 사실이라고 신고를 했다가 일이 커지면 우리만 손해”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터넷 등을 통해 루머를 퍼뜨리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7년 이하, 내용이 사실인 경우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며 “네이버 등 포털 업체도 불법적인 정보를 삭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정보를 올리는 이들이 스스로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김재영 교수는 “SNS를 통한 정보 유통은 국가가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이용자 개개인의 각성이 필요하다”며 “‘악성 댓글’을 삼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처럼 이용자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