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바뀐다고… 금융지주 핵심사업도 3년마다 “바꿔”
입력 2013-06-11 17:52 수정 2013-06-11 22:35
수백조원을 움직이는 대형 금융그룹의 핵심사업이 3년마다 흔들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주회사 회장 임기가 3년인 KB·우리·KDB산은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은 수장이 바뀔 때마다 그룹 전체의 전략도 바뀐다. 따라서 전임 회장이 추진한 사업이 물거품이 되면서 생기는 손실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 내정자인 임영록 사장은 어윤대 회장이 추진해 온 ‘락스타(樂star)’ 지점의 대폭 축소를 추진할 전망이다. 조만간 지점 현황 파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강소기업 육성 프로젝트인 ‘KB히든스타 500’의 지원 규모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학생 전용점포인 락스타는 어 회장의 야심작 중 하나다. 락스타는 기존 점포보다 인테리어가 화려하고 대학생이 즐길거리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대학생을 은행으로 끌어들여 미래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였다. KB금융은 전국 각 대학교 인근에 락스타 지점 43곳을 열었다. 하지만 대학가 주변이라 점포의 권리금과 임대료가 비쌌고, 대다수 고객이 대학생인 탓에 수익이 나지 않았다.
KB금융 관계자는 다만 “임 내정자가 업무보고도 받지 않아서 실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산은금융 역시 강만수 전 회장의 색깔을 지우고 있다. 강 전 회장은 소매금융 확대에 힘을 쏟았다. 지점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판매하는 ‘다이렉트’ 방식을 도입하면서 예·적금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연 1% 포인트 더 얹어줬다.
그러나 홍기택 회장이 취임하면서 소매금융은 급격히 쪼그라드는 모습이다. 홍 회장은 취임 때부터 “산은의 주요 임무는 정책금융”이라며 소매금융 축소를 예고했다.
우리금융도 LA한미은행 등 해외 금융기관 인수에서 한 발 물러서고 있다. 우리금융은 외연 확대를 위해 이팔성 전 회장 시절인 2011년 한미은행 인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었다. 올해 다시 인수를 추진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순우 회장 내정자가 ‘민영화’에 사활을 걸면서 한미은행 인수는 뒤로 밀렸다.
금융권에서는 수장이 바뀔 때마다 핵심 전략이 바뀌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룹 전체로 보면 ‘회장 교체 리스크’로 적잖은 손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3년마다 전체 사업전략 방향이 틀어지는 것은 손실이 너무 크다”며 “새 수장이 자신만의 색깔을 내려는 집착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