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 풀고 불안감 씻어내 저성장 흐름 끊어야
입력 2013-06-11 17:40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더디다. 11일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 따르면 주요 실물지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4월 중 취업자 수와 광공업 생산 등에서는 다소 개선된 측면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뚜렷한 회복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소비와 설비투자의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소매판매 속보치를 보면 5월 백화점 매출액은 한 달 만에 겨우 플러스를 기록했다. 할인점 매출액은 감소 폭이 전달보다 줄었으나 여전히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 위축은 일자리 부족과 소득 증가 부진에 따른 불안감이 반영되고 있으며, 설비투자 부진은 안팎의 경제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과 더불어 새 정부 출범 이후의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경제인문사회계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저성장의 흐름을 끊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도 작금의 더딘 경기 회복세와 무관하지 않다. 그간 정부가 대규모 추경 편성에 이어 4·1 주택시장 종합대책, 벤처·창업자금 선순환 방안, 공약가계부, 일자리 70% 로드맵 등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침체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의 흐름을 끊자면 기업의 투자활동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유도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기업이 투자 확대와 더불어 활력을 유지할 때 일자리가 늘고 이후 그와 같은 흐름이 자연스럽게 소득 증대와 소비 확대로 이어지면서 명실공히 ‘선순환 경제구조’를 구축한다. 그런데 지금 꽉 막혀 있는 것이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기 때문에 근본 원인 해결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고정자본형성 비중은 전기 대비 4.2% 포인트 줄어든 23.31%로 지난 3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총고정자본형성이란 기업이 생산능력 유지나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유무형의 투자를 한 것으로 설비투자 개념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총고정자본형성 비중이 27%대를 유지했는데 올 들어 급락한 데는 기업들의 불안감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 대한상의의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이 조세와 규제 등 각종 의무에 대한 부담감을 지수로 나타낸 기업부담지수(기준 100)는 3년 간(2011∼2013년) ‘101→103→105’로 상승일로다. 여기에 올 들어 여러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설비투자 위축→일자리·소득 감소→소비 부진→기업 실적 악화→설비투자 위축’의 악순환, 즉 저성장의 장기화 기조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시장의 불안감을 씻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