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동원] 경제의 샘이 말라가고 있다
입력 2013-06-11 17:36
기업이 수익을 내야 그 재원으로 투자를 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도 생긴다. 경제의 흐름을 강에 비유한다면 기업의 수익은 강물을 시작하는 샘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의 샘은 심각하게 말라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들의 작년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1%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적자기업 비율은 2010년 14%에서 작년 25%, 금년 1분기 28%로 2008년 위기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편 전체 624개사의 영업이익 규모는 2010년 대비 작년 4% 감소했다. 그러나 전체 영업이익의 32%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623개사의 영업이익 규모는 22% 감소했다. 더구나 2010년과 비교해 보면 상위 10대 기업의 작년 영업이익 규모는 14% 증가한 반면에 10대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상장기업들이 거둔 영업이익 규모는 절반으로 줄었다.
상장기업 전체 영업이익에서 상위 10대 기업의 비중이 62%에 달한다는 사실을 고려해 본다면 10대 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상장기업들의 수익성은 우려할 만한 상태에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은 작년 29%로 2010년 17%에 비교해 급속히 악화됐을 뿐만 아니라 2008년 25%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마디로 기업의 수익성은 이미 2008년 경제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문제가 이 정도에서 그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그동안 수익을 많이 내 왔던 10대 기업들조차 금년에 엔저와 세계경제의 먹구름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도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나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장기간 저성장과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계속된다면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최근 전경련은 600대 대기업들이 금년엔 작년보다 14% 증가한 130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의 경우 전경련은 기업 투자가 2011년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발표했으나 실제 투자는 1.9% 증가에 그쳤다. 금년 기업의 수익성이 작년보다도 크게 악화되는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14% 투자 증가 계획은 그야말로 계획에 그치고 실제 투자 규모는 작년보다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기업의 수익성은 법인세수를 통해 국가재정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1년의 경우 1000억원 이상 법인세를 내는 100여개 기업이 전체 법인세수의 49%를 부담했으며, 100억원 이상 법인세를 내는 400여개 기업이 전체 법인세수의 65%를 부담했다. 바로 이 대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계획한 법인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와 같이 기업들의 수익성이 위기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재정계획은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해 하등의 고려를 하지 않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법인세수뿐만 아니라 복지 지출의 재원 조달과 경제민주화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기업에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수익성 악화로 인해 기업들의 부담 능력은 약화되고 있는 반면 국회와 정부의 기업에 대한 부담 요구는 증대함으로써 양자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 저성장 시대의 전개로 인해 기업의 수익성 악화 문제는 한국경제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할 진실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투자를 통해 한국경제의 장기 저성장 구조를 고착시키는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수익성 악화 문제는 이미 거시경제 파급 과정을 통해 국민 전체의 생활에 어려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