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목소리] 안전한 사회, 가정에서 시작된다

입력 2013-06-11 17:36

통계청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전년에 비해 0.6% 감소했으나 이혼 건수는 11만 4000건으로 전년과 유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36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의 질 수준을 ‘행복지수’로 환산한 결과 우리나라는 27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이혼율과 최하위권인 행복 지수는 서로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정의 문제가 행복지수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회 문제는 가정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사회화 과정은 바로 가정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 이를 지켜봤던 청소년들이 사춘기에 반항심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가정 폭력을 보거나 경험했던 학생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성인이 돼서 다시 가정폭력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러므로 가정폭력을 단순히 집안일로 치부하여 숨길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치유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3월부터 약 50일간 제주도 내 결혼이주여성 484명에 대해 가정폭력 실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6%에 해당하는 79명이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그 중 경찰 및 상담센터 등에 신고하지 않은 미신고 사례가 58%로, 폭력을 숨기고 지나가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회 이상 반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경험자가 77%로 나타나 폭행이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가정에서 쉬쉬하고 넘어가서는 고통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성폭력 또한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가정환경과 무관하지 않고, 청소년기에 올바른 성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가정에서부터 노력해야 한다.

불량식품은 가정의 식단을 오염시켜 사랑하는 가족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가정에 아픈 환자가 있다면 그 가정의 행복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경험했다. 경찰이 4대악 근절을 외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 가정에 해를 끼치는 요소를 제거하여 인간 사회화의 출발점인 가정을 건강하게 유지시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경찰뿐만 아니라 가정과 시민·사회단체 등 모든 국민이 서로 적극 협력하여 해결해 나가야 한다.

김성근 (제주지방경찰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