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상임] 소통하려면 다가가라
입력 2013-06-11 17:40
코칭하면서 만나는 리더들의 화두는 소통이다. 직원들과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소연이다. 특히 여직원들을 대하는 일이 두렵다고 한다. 성희롱 기준이 모호해 자칫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사원들과 이야기할 때 혹시 실수할까봐 식은땀이 흐를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대화는 기피하고 최소한의 지시사항만 전한다고 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성희롱 사건, 회사에서 강화하고 있는 성희롱 교육 등을 받으면서 남성 리더들은 조심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원인차단을 택한 것이다.
함께 일하는 여성들의 불만도 높다. “리더가 자신의 성과를 그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업무에 대한 피드백도 구체적이지 않다. 여자라는 이유로 눈치를 주는 것 같고 남자 직원만 챙긴다. 상사의 권위의식 때문에 부서 분위기가 엄숙하고 숨이 막힌다. 나를 불편해하는 것 같다. 마음이 매우 답답하다. 회사 가는 것이 즐겁지 않다” 등등.
나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결혼, 출산, 과장 승진, 여성팀장, 여성임원 등 최초기록을 갈아 치우며 25년을 근무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겪은 일도 많았다. 결혼하고 나니 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맞벌이라고 고과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여자 혼자 방을 쓰면 숙박비가 많아진다며 해외출장 명단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었다. “여자가 무슨…”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대로 순응할 수 없었다. 어떤 형태로든 내 입장을 알리고, 대화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까칠한 남성들에게 나를 알릴 수 있었고, 쓸데없는 오해도 풀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고 오히려 교육, 승진 등 많은 혜택을 받게 되었다. 아마 혼자 속상해하고 씩씩거리면서 화를 키웠다면 조직에서 외톨이가 되어 롱런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소통을 잘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해 당신은 어떤 노력을 해보았습니까?” 이성 간의 소통을 잘하고자 한다면 일단 남성과 여성으로 편을 가르려는 생각부터 날려버려라. 진심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만 있어도 소통은 힘들지 않다. 구성원 모두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다가갈 때 소통이 되는 조직은 만들어진다. 말이 안 통하는 상사, 말 걸기가 무서운 여직원이 있다면 불러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 대화를 시도하는 용기를 내보자. 다가가는 만큼 속 시원하게 소통할 수 있다.
김상임 (기업전문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