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보험기금은 정부 쌈짓돈이 아니다
입력 2013-06-11 17:37
정부가 내년부터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비 상한액을 1억원 늘리면서 필요한 재원을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키로 했다. 박근혜정부의 공약 사항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는 좋다. 그렇지만 존립이유와 목적이 다른 고용보험기금에서 계속 육아나 보육관련 지원금을 빼가는 관행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정부가 10일 발표한 직장 어린이집 활성화방안을 보면 설치비 지원금 상한은 현재 2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아진다. 이런 지원책 등을 위해 2017년까지 고용보험기금에서 약 2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이 예산은 어린이집 설치가 의무화돼 있는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 또는 상시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인 기업에 주로 혜택이 돌아간다.
고용보험기금 가운데 실업급여 계정은 기업과 노동자가 절반씩 낸 돈으로 조성된다. 가입자가 실업자가 됐을 때 새 직장을 구할 때까지 생계를 책임지는 재원이다. 그러나 이 돈은 현재 산전후 휴가자의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로도 쓰이고 있다. 2011년의 경우 산전후 휴가자 9만여명과 육아휴직자 5만8000여명에게 각각 2329억원과 2763억원의 급여지원금이 나갔다. 같은 기간 실업급여 지급액이 3조5614억원임을 감안할 때 적은 비중이 아니다. 실업급여 계정은 2007년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어린이집 지원예산은 고용보험기금 중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계정에서 충당한다. 지난해의 경우 434억원이 지출됐다. 그렇지만 고용보험 가입률은 전체 취업자대비 50%가 안 된다. 육아휴직 급여든 직장 어린이집 지원비든 수혜자가 가입자가 아닌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난임 부부나 미혼인 가입자들과 형평성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산전후 휴가 급여지원금과 육아휴직급여 및 직장 어린이집 지원금은 모두 일반회계에서 지출하는 게 옳다. 정부가 증세를 하지 않고 어떻게든 복지와 고용을 늘려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부류나 계층을 위한 기금을 전용하는 것은 편법적이고 부도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