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級 안맞아” 3차례나 명단 교환… 남북, 전례없는 신경전

입력 2013-06-11 17:59

남북은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당국회담 하루 전날인 11일까지도 대표단 명단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남북이 회담 하루를 앞두고도 치열한 수싸움을 계속 이어간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오전 9시쯤 판문점 연락관 통화에서 ‘대표단 명단을 상호 교환하자’는 방침을 확인했다. 이어 오후 1시 남북 연락관이 직접 만나 대표단 명단을 동시에 교환했다. 하지만 남북은 명단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오후 늦게까지 판문점 연락망으로 3차례 협의를 이어갔다. 수석대표를 놓고 3차례씩 양측이 명단을 교환하고 수정한 것은 과거 고위급 남북회담에선 전례가 없는 일이다. 본회담을 24시간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회담에 나설지조차 결정되지 않은 초유의 사태가 이어진 것이다. 정부는 판문점 채널을 통해 당국회담 수석대표로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내세웠으나 북측이 기존 관행과 다르다며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역시 ‘상급 당국자’라는 명목으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아닌 부부장급 인사를 회담 수석대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9∼10일 양측 간 실무접촉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던 대목이 회담 하루 전까지도 서로 눈치를 보느라 전혀 진전이 없는 것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북측에 전달할 대표팀 명단을 2개로 나눠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이 준비한 명단 중 하나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또 다른 명단에는 김 차관이 수석대표로 기재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앞서 “북측 명단이 통보되는 대로 우리 측 명단도 북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우리 측 명단 통보에) 시차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전에도 “여러 현안을 종합·포괄적으로 협의할 수 있으려면 장관급이 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 장관급 회담을 제안한 것”이라고 재차 수석대표로 김 통전부장이 내려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북측은 회담 사전 실무접촉에서 ‘장관급 회담’이라는 명칭을 바꿀 것을 요구할 정도로 그를 수석대표로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우리 정부는 이미 내부 회의를 통해 북측에서 장관급 인사를 수석대표로 선임하지 않을 경우 북측 수석대표 급에 맞는 인사를 류 장관 대신 내세우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남북당국회담을 진두지휘할 류 장관은 지난 6일 북측의 대화 제의에 ‘장관급 회담을 하자’고 역제안한 날부터 이날까지 5일 동안 한 번도 귀가하지 않고 통일부에서 숙식을 해결할 정도로 회담 준비에 몰두했다. 류 장관은 지금까지 열렸던 주요 남북회담 회의록을 꼼꼼히 살폈고, 가상 당국회담도 수차례 열며 실전감각을 쌓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엄중한 현 남북관계에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