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속내 오리무중… 합의 도출 쉽지 않을 듯
입력 2013-06-11 17:59
남북은 12∼13일 개최되는 남북당국회담에서 여러 의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11일 “남북관계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변화시키고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회담”이라고 규정했다. 그런 만큼 협상의 난이도는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회담 수석대표의 급과 공식 의제를 둘러싼 입장부터 양측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북한이 우리 기대만큼 전향적으로 나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쉬운 것부터” vs “포괄적 해결”=6년 만에 열리는 고위급 회담에서 우리 측은 여러 의제 가운데 양측이 합의하기 쉬운 현안부터 단계적으로 풀자는 전략을 세웠다.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합의 또는 의견 절충이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는 방향으로 회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 측은 우선 정치적 부담이 적은 이산가족 상봉부터 의견 접근을 이루고, 이후 개성공단 정상화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하는 식으로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실무접촉에서 보여준 것처럼 모든 현안을 사실상 한꺼번에 논의하자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패키지 딜’이다. 북측이 실무접촉 결과를 발표한 문구에는 ‘6·15 및 7·4 발표일 공동기념 문제, 민간 왕래와 접촉, 협력사업 추진’ 등이 추가로 포함돼 있다. 그런 만큼 이 문제 역시 반드시 회담에서 공식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 문제의 경우 이번 회담에서 본격 협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 이 같은 포괄적 해결은 쉽지 않다. 특히 북한이 주장하는 민간 접촉과 협력사업 추진 문제는 이명박정부의 5·24조치를 사실상 해제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북한은 회담 내내 이 문제를 핑계로 다른 부분까지 협의를 진전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남북대화 재개 및 정례화에 주력=일각에선 구체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결과물 도출만을 위해 성급하게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간 단절됐던 대화 재개의 계기인 만큼 이번 회담에선 당국 간 대화 틀을 제도화하는 수준의 합의가 이뤄져도 성공적인 회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정부는 구체적인 합의에 욕심을 내기보다 남북 신뢰의 물꼬를 트고 다음에 평양에서 열릴 회담까지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판을 깨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