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상호문화선교회 채희석 선교사 “유럽은 한국 교회가 껴안을 최전방 선교지”

입력 2013-06-11 17:10 수정 2013-06-11 17:18


“추락하는 유럽교회를 위해 한국교회가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유럽인 스스로가 자신들의 땅을 선교지라고 인정할 정도로 현지 교회는 자립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사막이나 정글에서 이뤄지는 선교도 중요하지만 유럽의 탈기독교화는 우리 모두가 나서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입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쉼터에서 만난 채희석(58) 선교사는 “유럽이 선교의 최전방이 아니라는 생각은 선입견”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과 프랑스 간 기독문화 교류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방한한 채 선교사는 한불상호문화선교회(AMI·Association pour la Mission Interculturelle France-Cor멫e) 국제대표다. 또 프랑스침례교회연맹 다문화교회 분과위원으로 사역하고 있다.

채 선교사는 여러 가지 통계를 근거로 들며 유럽 선교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우선 유럽에는 오래전 복음이 전파됐으나 1세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개신교인이 줄고 있다는 것. 채 선교사는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인은 매년 평균 1.45% 증가하는 데 유럽은 -0.44% 감소하고 있다”며 “유럽이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는 방치해둘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오랜 기간 물질적 풍요를 누려온 데다 자유주의신학 풍조와 합리주의의 정신이 확산되면서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교회를 떠나는 탈기독교화가 강하다는 게 유럽 선교의 가장 큰 난관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채 선교사는 “프랑스의 경우 3만6000여개 행정구역 가운데 개신교회가 있는 지역은 2000여곳뿐”이라며 “유럽교회 대부분은 재정난, 인력난을 겪고 있어 그들의 힘으로 교회를 개척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영국성공회의 올해 목표가 그리스도인들이 더 줄어들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일 정도”라며 “유럽으로 파송되는 선교사 수는 아프리카 파송 선교사 숫자의 5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채 선교사도 2006년 9월 자신이 프랑스 파리 근교에 아르퀘이침례교회를 개척했지만 복음 전파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제가 개척한 교회 성도 수는 현재 30여명인데 이 정도 성장을 놓고도 주변에서 놀랍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1명을 전도하기 위해 1년이 걸린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전도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에서 대형교회라고 해봐야 성도는 400여명에 불과합니다.”

채 선교사는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현지 교회나 사역자 스스로 탈복음화를 막기 어려운 만큼 한국교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현지 교단을 선교파트너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한인 선교도 중요하지만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려 복음을 전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유럽의 이슬람화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그는 “유학생, 근로자 등 많은 이슬람권 사람들이 유럽으로 이주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들을 기독교에 위협을 주는 존재로 보기보다는 선교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커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선교단체 출신인 채 선교사는 처음부터 선교사의 길을 꿈꾸지 않았다. 그는 1984년 카이스트 연구원 신분으로 프랑스에서 장기연수를 했고 89년 사직한 뒤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데 주력했다. 2007년 프랑스 보쉬센신학교를 나왔고 2003년 노장신학교를 졸업했다. 고(故) 옥한흠 목사의 ‘평신도를 깨운다’를 프랑스어로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

채 선교사는 “소명을 받기 전까지는 신앙생활도 하면서 세상적인 성공도 하려고 했었다”면서 고백했다. “80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이 말씀을 전했던 복음전도대회에서 마음이 크게 움직였습니다. ‘하나님은 십자가 사랑으로 나를 구원해주셨는데 나는 어떤 자세로 하나님을 좇고자 하느냐’는 물음이 던져진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주님을 위해 내 인생을 선교사로서 바치겠다고 기도했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