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병든 교육열
입력 2013-06-11 17:09
영훈국제중학교가 입시 성적을 조작해 미리 정한 학생들을 입학시켰습니다. 그 과정에 돈도 오갔습니다. 돈을 받은 행정실장은 구속됐고 학교는 그 명예를 잃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정입학한 학생들의 부모 중에는 재벌가를 비롯해 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한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 때도 부유층 부모들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이혼을 하고 여권을 위조하는 등 갖가지 수법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은 그 어떤 나라도 따라오기 힘들 것입니다. 이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나라가 짧은 기간에 발전할 수 있었던 역할을 한 것도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제 그 열정이 이기적 욕망과 합해지면서 오직 내 자녀만의 성공에 목을 매는 형국이 됐습니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면 온갖 부정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일들이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녀교육인데 어떻게 부정한 방법을 쓰는지 안타깝습니다. 자녀들에게 정말 무엇이 유익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학교에 들여보내는 것이 정말 자녀들에게 유익일까요. 그것이 자녀들의 앞날을 위하는 부모의 사랑일까요. 부모들의 허망한 욕망이 오히려 자녀들을 망치는 것입니다. 진정한 교육은 정직한 삶, 건강한 가치관, 그리고 페어플레이를 할 줄 아는 자세를 심어주는 것일 텐데 자녀교육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이런 죄들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걱정스럽습니다.
부모가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시킨 것을 자녀들이 모를 리 없을 텐데 도대체 그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성장해 갈까요. 그렇게 힘 있는 부모님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고마워하긴 할까요.
결국 모 재벌은 부정입학한 아들을 자퇴시켰는데 그런 과정을 겪는 아들에게는 어떤 상처가 남았을까요. 해외 좋은 학교로 유학을 보내겠지요. 경제적 능력이 매우 충분하니까. 그러나 그렇게 해서 과연 자녀가 건강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렇게 성장하고 또 그가 훗날 많은 힘을 가지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걱정스럽습니다. 공부는 잘하고 좋은 학교는 다녔는데 사람답지 못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이런 것을 지켜보는 대다수 평범한 부모나 자녀들의 상실감은 또한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러기에 우리들의 의식 속에는 힘만 있으면 나도 그 힘을 이용해 무슨 짓이든 하고픈 욕구가 자리 잡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도 정직하게 순리를 따르며 사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기에 희망을 놓지는 않습니다. 큰 힘은 없어도 정직하게 자녀들을 응원하며 땀 흘리는 많은 부모들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싶습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