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료 제호탕, 더위·갈증 해소”
입력 2013-06-11 17:34 수정 2013-06-11 20:48
시인·궁중음식 이수자 한복선씨 추천 단오음식
13일은 단오다. 천중절 또는 수릿날이라고도 불렸던 단오는 여름더위가 시작된다는 절기다. 올여름 더위는 벌써 시작됐다. 현대인들의 성급함이 더위도 앞당긴 듯하다.
단오를 엿새 앞둔 지난 7일 서울 서초3동 한 오피스텔에서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인 한복선씨를 만났다. 단오 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넉넉지 않았을 살림살이였지만 우리네 조상들은 절기마다 맛난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었다. 한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절기이니만큼 더위를 쫓아주거나 몸을 보하는 음식들이 분명 있으리라.
한씨는 음식얘기에 앞서 시 한편을 소개했다.
한 여름 목마름 /갈증에 탄다//내의원 약탕기/마마 대신들 챙기랴/단오절 하사품 제호탕 끓이며/줄줄 땀난다//적막한 궁중안/솔 그늘에/새콤한 오매향/쏴한 사인향/냉냉한 기운 든다
한씨는 자작시 ‘제호탕’이라고 소개했다. 조선시대에는 궁중 내의원에서 제호탕을 만들어 임금께 바치면 임금이 신하들에게 하사했다는 것. 궁중음식 이수자의 작품이라선지 제호탕의 역사까지 담고 있다. 한씨는 지난 3월 계간 문파문학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시인이다. 그리고 지난달 시집 ‘밥 하는 여자’를 냈다.
“강의를 하면서 맛있게 표현하려 애쓰지만 말이란 다 스러져버리잖아요. 요리책은 여러 권 냈지만, 감성을 담지 못해 안타까웠고요.”
그래서 2년 전쯤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요즘 시를 짓거나 다른 시인들의 작품을 읽는 일로 하루를 열고 있다. 그의 첫 시집에는 민어찌개, 고등어자반 등 음식을 소재로 한 시 70편이 담겨 있다. 그는 음식 하는 사람이니 음식을 묘사하고 마지막 연이나 시어로 썼기에 ‘쉽게 씌여진 시’라고 했지만, 작품을 보면 내공이 만만치 않다. 대통령 선거하는 날 썼다는 ‘탕탕평평 탕평채’는 노론소론 당파싸움에서 선거하는 날 남녀노소의 모습까지 아우르며 하나로 뭉칠 것을 염원하고 있다.
“한 백년쯤 지난 뒤 이 책이 요즘의 생활사(史)를 아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졸저 ‘밥상예절’을 읽으면서 ‘아, 그때 햇반이란 밥도 있었구나 하지 않을까요.”
글(조선왕조실록)로 남은 음식을 되살리는 궁중음식 이수자인 한씨는 자신의 시가 후세들에게 21세기의 기록으로 다가서길 바라나보다. 표지와 삽화도 한씨가 직접 그렸다는데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민화를 배운 지 한 10년 됐어요. 민화는 여러 모로 궁중음식과 닮은꼴입니다.”
한씨는 궁중음식과 민화는 옛것을 되살리는 것이지만 만들고 그리는 사람의 성품과 손길에 따라 그 맛과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고 했다.
한씨는 요즘 만드는 제호탕은 예전 궁중에서 만든 것과는 조금 다른 맛이 날 것이라며 호호 웃었다. 제호탕은 궁중에서 만들어 양반들이 주로 마셨다면, 백성들은 앵두화채로 더위를 식혔단다.
단오에는 또, 수리취나 쑥을 짓이겨 멥쌀가루에 넣어 만든 수리치떡, 각종 과일을 즙을 내 쌀가루에 버무려 만든 도행병(桃杏餠) 등을 해서 이웃과 나눠 먹었다. 그는 단오음식으로 요즘엔 보기 어려운 준치만두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준치는 가장 맛있는 생선이라고 해서 진어(眞魚)라고도 불리지만 가시가 많아 만지기가 번거로워요. 그래도 우리 조상들은 단오에 준치로 동글게 만두를 빚어 쩌먹기도 하고, 육수를 부어 만두국으로도 즐겼습니다.”
한씨는 여러가지 단오 음식 중 제호탕을 추천했다. 제호탕은 동의보감에서 더위를 피하게 하고 갈증을 그치게 하며 위를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소개돼 있다. 배탈나기 좋은 여름철에 안성맞춤인 건강음료다. 전통음료답게 쌉싸래하지만 쏴한 사인이 들어 있어 톡 쏘는 맛이 콜라와 비슷하다. 꿀이나 설탕을 넉넉히 넣으면 아이들 입맛에도 맛을 것 같다. 색깔도 까무잡잡하고 쏴한 맛이 나니 우리나라 왕이 즐겨마시던 ‘전통 콜라’라고 하면 아이들도 쉽게 친해지지 않을까?
한씨는 “넉넉히 만들어 두고 그때그때 찬물에 타서 먹으면 되니 가족을 위한 여름음료로 마련해두라”면서 만드는 법을 일러 준다. 양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면 비율에 맞춰 줄이면 되겠다.
<제호탕>
◇재료=오매육 300g, 초과 40g, 백단향·사인 20g씩, 꿀 적당량
◇만들기=①오매육 초과 백단향 사인을 굵게 간다(약재상에서 갈아 오면 손쉽다). ② 돌이나 자기, 유리냄비에 ①의 재료와 물 10컵을 담아 중불에 올려 5컵이 될 때까지 달여 체에 거른다. ③ 자기나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둔다. ④ 냉수에 ③과 꿀을 취향에 맞게 넣은 다음 잘 저어 마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