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몸을 푸르게, 마음을 기쁘게… 울창한 숲은 음이온 베푼다

입력 2013-06-11 17:20


‘하하하, 호호호….’ 해발 850m 깊고 깊은 산골에서 피어오른 웃음소리가 주위의 정적을 깬다. 정상에서 외치는 ‘야호!’ 소리와는 판이한데, 혹시 나무꾼과 선녀가 재회한 것일까. 발걸음을 재촉해 웃음의 정체를 확인해 본다.

강원도 횡성 청태산 숲체험길. 자작나무와 잎갈나무가 빽빽한 숲에 기다란 거울 기둥들이 늘어서 있다. 세상의 시름을 날려버리는 웃음 치유소 ‘거울의 숲’이다. 숲 체험 참가자들이 거울에 비친 자신을 향해 한바탕 시원하게 웃고 있다.

거울의 숲을 지나 본격적인 청태산 숲체험에 나선다. 숲 해설가인 이상수씨가 동행하면서 구수한 입담으로 숲체험의 맛과 멋을 소개한다. 숲에 들어서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호흡을 통해 몸에 좋은 음이온을 가득 들이마시기 때문이란다. 많이 알려진 피톤치드도 음이온의 일종인데 봄보다는 여름에, 오전보다는 오후에 많이 발생하니까 기왕이면 이때 숲을 산책하란다.

해설을 들으며 숲을 걸으니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숲의 향기와 소리와 경치가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오감을 자극한다. 인간의 원초적 고향은 숲이라는 해설 대목에 이르자 참가자들이 발걸음을 멈춘 채 심호흡을 한다. 조금이라도 더 원초적 자연을 마시겠다는 뜻이다. 마주치는 꽃과 나무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사연들을 비롯해 실생활에 적용하기 쉬운 건강 정보까지 얻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숲체험이 막바지에 이른다.

자연의 숲길을 즐긴 후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포레스트 힐링센터에 들어선다. 먼저 지하층의 물 치유실. 30㎝ 정도 물이 채워진 탕을 줄지어 걷는다. 흙 묻은 발을 씻고 마음에 휴식을 주는 과정이다. 동심으로 돌아가 ‘퐁당퐁당’ 노래를 부르고 박수도 친다. 다음엔 황토찜질방인 열치유실. 목 교정 효과가 있다는 경침을 목에 대고 누워 15분 동안 찜질한다.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어 피로가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다시 물 치료실로 가서 욕탕을 걷는다. 웃고 노래하고 박수치며 오후 프로그램을 마친다.

숲 해설가와 함께하는 치유의 숲길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따라 경사도나 길이를 선택할 수 있다. 또 낙엽송으로 이루어진 ‘희망의 숲’, 활엽수로 이루어진 ‘기쁨의 숲’ 등 각자 특성에 맞게 11개 노선 23㎞에 이르는 다양한 숲길을 체험할 수 있다.

횡성=사진·글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영희 기자 finalcut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