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의 유엔개혁! “1차로 뉴욕본부 직원 260명 감축”… 창설 후 첫 구조조정
입력 2013-06-10 20:14 수정 2013-06-10 22:27
반기문(사진) 유엔 사무총장이 1945년 유엔 창설 이후 처음으로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 들었다.
‘글로벌 철밥통’ 또는 ‘국경 없는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유엔은 반 총장 집권 1기의 온건 개혁을 거부하다 집권 2기 들어 결국 주요 회원국들의 압력에 굴복하게 됐다.
10일(현지시간) 주요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유엔은 최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우선 뉴욕 본부 직원을 대상으로 1차 260명 정도를 줄일 전망이다. 유엔 예산안의 최종 감축 규모에 따라 구조조정 인원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유엔은 최근 예산을 최소 1억 달러 이상 줄이라는 주요 회원국들의 요구에 따라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유엔은 우선 정년퇴직하는 직원들의 후임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원을 줄일 방침이지만,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약소국 출신의 비정규직 직원이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창설 첫 구조조정은 유엔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평소 온건한 스타일로 유명한 반 총장은 집권 1기 완만한 개혁을 추진했지만 유엔 직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실제로 반 총장은 취임 직후 고위간부들의 솔선수범을 강조하며 오전 8시 회의 소집을 추진했지만, 대부분이 회의에 불참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반 총장의 아침 회의 계획은 무산됐다. 반 총장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그조차도 거부감이 일었을 정도로 유엔 내부에는 개혁 거부 기류가 강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각종 연설 때마다 “주인의식을 갖자”고 강조했지만 오히려 “유엔에 주인이 어디 있느냐” “권위주의적 복종관계를 도입하자는 것이냐”면서 거부감만 확산됐다는 후문이다.
유엔 직원들의 책임의식 부재를 상징하는 대표적 행태 가운데는 음주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3월 유엔 예산을 다루는 가장 중요한 위원회에 상당수 외교관이 음주 출석하거나 나오지 않자 조지프 토셀라 주유엔 미국 부대사가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