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전직 직원이 ‘빅브라더 美 NSA’ 폭로했다… 29세 스노든의 고발

입력 2013-06-10 18:57 수정 2013-06-10 00:45

미국 정부가 사실상 ‘빅브라더’ 노릇을 해왔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형 스캔들의 폭로자는 29세의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 국가안보국(NSA)이 무차별적으로 민간인들의 통화정보를 입수했다는 내용의 폭로를 감행한 ‘휘슬 블로어’가 29세의 청년 에드워드 스노든이라고 보도했다. 내부고발자는 스스로 실명을 공개했을 뿐 아니라 인터뷰를 통해 강한 어조로 미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NSA에서 보안요원으로, CIA에서 정보기술 요원으로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노든이 폭로와 비판에 앞장서게 된 이유는 뭘까. 그는 “정부가 기능하고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말한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폭로의) 유일한 목적은 무슨 일이 저질러지고 있는지 공공에 널리 알리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내가 좋은 일이 아니라 나쁜 일을 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후회는 없다”는 게 거침없이 토로한 폭로의 변이다.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 정부가 통신회사를 통해 민간인들의 개인정보를 무작위 입수하고 있었다는 사실뿐 아니라 비밀리에 운영되던 정보수집 프로그램 ‘프리즘’의 존재까지 세상에 알려졌다. 2007년 확립된 프리즘은 공공기관이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프리즘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공직자들은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선서까지 할 정도다. 현안의 민감성과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스스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스노든의 폭로는 미 정치사에서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 정보당국은 발칵 뒤집힌 상태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법무부에 국가기밀 유출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스노든은 이에 대해 “정부가 국민에게 잘못된 일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보복하겠다며 겁주는 건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이후 내부자의 정보유출에 엄격한 입장을 취해 왔다.

스노든은 가치를 공유한다면 어느 국가에든 망명을 신청하겠다면서도 아이슬란드를 지목했다. 그는 현재 홍콩 모처에 피신한 상태다. 크리스틴 아르나도티르 중국 주재 아이슬란드 대사는 이메일 성명에서 “아이슬란드 법에 따르면 일단 당사자가 아이슬란드에 있어야 신청서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고비마다 ‘휘슬 블로어’들에 의해 정국의 물줄기가 바뀌었을 정도로 내부고발 전통이 강하다. 1972년에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배후에 백악관이 있다는 정보가 유출돼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사임했고, 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겪은 혼외정사 스캔들 배후에는 백악관 직원이 있었다. 2010년에는 이라크에서 정보 업무를 맡았던 육군 일병 브래들리 매닝이 72만여건의 비밀 외교전문과 군대문서 등을 위키리크스에 넘긴 혐의로 체포됐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