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15 집착 왜?… ‘5·24 對北제재 조치’ 무력화 전략인 듯

입력 2013-06-10 18:38 수정 2013-06-10 22:18

6·15 공동선언 기념행사의 남북 공동개최 문제가 2년 4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당국회담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6·15 공동행사를 통해 남측의 ‘5·24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하려는 북측의 전략과 ‘남북 당국 간 핵심 현안 해결 우선’이라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방침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은 10일 실무접촉 후 회담 의제가 담긴 발표문 제3항을 서로 다르게 발표했다. 양측은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이산가족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를 12∼13일 열리는 당국 회담에서 다루자는 데 합의했지만 6·15 공동행사가 문제가 됐다. 북측은 6·15 및 7·4 발표일 공동 기념문제와 민간접촉 및 협력사업 추진문제도 회담의제로 명시해야 한다고 맞섰다.

실무접촉에 나섰던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6·15 공동행사 등이) ‘당면하게 긴급히 해결해야 될 문제’ 등에 포괄적으로 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그런 차원에서 의제가 절충됐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이산가족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반면, 북측은 6·15 공동행사 등을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북측이 6·15 공동행사 등에 집착하는 것은 천안함 폭침 이후 남북 교류·협력을 차단한 5·24 조치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6·15 공동행사는 정치적 성격이 짙고, 민간 주도 행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5·24 조치의 해제 또는 완화를 의미한다. 6·15 공동선언은 5·24 조치가 금지한 남북 경제협력도 명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6·15 공동행사를 통해 5·24 조치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게 북측 의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도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중단에 대한 북측 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 없이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 간 신뢰구축을 최우선으로 하는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도 어긋난다. 6·15 공동행사가 민간과 당국, 보수와 진보를 분리하려는 북측의 ‘남남갈등’ 전술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해소한 후에 (6·15 공동행사를) 해야 하지 않느냐”며 “뜬구름 잡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을 먼저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명분을 중시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 때문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6·15 공동선언은 2000년 열린 첫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이자 ‘김정일 시대’의 유훈이다. 따라서 북측이 군부 강경파의 반발을 누르고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