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을 움직인 ‘朴의 원칙’, 대화국면서도 통할까
입력 2013-06-10 18:16
‘박근혜식(式) 대북압박’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남북이 극한 대치 상황까지 치달을 때도 일관되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추진 의사를 밝혔고 결국 당국 간 대화라는 우리 쪽 입장을 관철시켰다. 이제 관건은 박 대통령과 정부의 뚝심이 본격적인 대화국면에서도 효과를 발휘할지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한반도에 끝 모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수차례 강조하며 대화의 문을 열어뒀고, 통일부를 중심으로 ‘원 보이스’ 기조를 유지했다. 그 결과 북한이 우리 측 대화 제의에 응한 모양새로 9일 실무접촉이 진행됐고 12일 남북당국회담까지 열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대화가 성사된 과정은 사실 ‘일방통행’에 가까웠다. 정부의 일방적인 메시지에 도발 수위를 높이며 반발하던 북한은 민간 교류를 촉구하는 선으로 후퇴했고, 결국 실무접촉 장소까지 수용하면서 당국 간 회담 테이블로 나온 형국이다. 하지만 실제 회담은 양측이 서로의 요구를 주고받는 협상이라는 점에서 소통의 기술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당장 판문점에서 진행된 실무접촉은 10일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남북당국회담에서도 양측이 각자의 요구만 되풀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이 ‘프라이카우프’(과거 동독이 반체제 인사를 석방할 때마다 현금·현물로 보상을 했던 서독의 정책) 방식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우리 측에서 꺼내들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각종 제안에 물질적 대가를 지불할 경우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처럼 ‘대북 퍼주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나아가 정책입안 당시 햇볕정책과 비교됐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물질적 보상을 거부할 경우에는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며 북측이 대화 중단을 선언할 수도 있다. 모처럼 조성된 한반도 화해 무드에 다시 찬물을 끼얹고 각종 대북 채널 복원이 더디게 진행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남북회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북한 의도에 이용당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
어느 경우가 됐든 현재 호평을 받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남남갈등’의 정중앙에 서게 될 개연성이 큰 셈이다. 정부가 그래도 기존의 대북 기조를 밀고 나가면서 북한을 우리 페이스로 끌고 올지,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북측과 협상도 할 수 있는 제3의 묘수를 찾게 될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