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格’ 신경전… 남북회담 진통 예고
입력 2013-06-10 18:01 수정 2013-06-10 22:14
청와대가 12일 서울에서는 열리는 남북당국회담에 북한이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수석대표로 보내려고 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격(格)에 맞지 않다”고 직접 비판했다. 북측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수석대표 부분은) 정말 국제 스탠더드가 적용돼야 한다”며 “당국자 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격, 그런 격들로부터 신뢰가 싹트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격이 서로 맞지 않으면 시작부터 상호간 신뢰하기가 다소 어려운 점이 있지 않나. 상식적으로 그런 격은 서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자세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어제 (실무접촉에서도) 이 부분과 관련해 상당한 지연이 있었다”며 “지금까지 관행이 잘못됐고, (북한이) 새롭게 남북관계의 발전적 진전을 여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당국회담에 참여하는 사람의 격을 맞추는 게 기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북측 대표가 내각책임참사로는 안 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얼마나 많은 국민이 바라보고 기대하느냐”며 “만약 북측에서 장관급을 안 보낸다면…, 회담이란 게 그런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북측 수석대표 급에 따라 우리 측 대표의 격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북측 대표단의 박 대통령 면담 가능성에 대해선 “첫선 봤으면 그 다음 데이트 장소까지만 생각하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안보 관련 부처들이 통일부를 중심으로 회담을 잘 준비하고 정부가 견지해온 제반 원칙과 국민 여망을 잘 감안해 철저히 준비하고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앞서 남북은 이날 새벽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끝난 실무접촉에서 남북당국회담을 12∼13일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양측은 수석대표의 급과 의제를 정하는 데 끝내 합의하지 못해 본 회담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우리 측은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문제 등을 협의한다’고 명시했으나 북측은 이들 외에 ‘6·15 및 7·4 발표일 공동기념문제, 민간내왕 및 접촉, 협력사업 추진 문제 등’도 포함시켰다. 수석대표도 우리 측은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로 규정한 반면 북측은 ‘상급 당국자’로 모호하게 표현했다. 이에 따라 개최까지 이틀 앞두고 상대방 대표와 의제도 모르는 회담이 어디 있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남혁상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