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은 용감했다… 택시기사 폭행한 30대 한밤 40여분간 추격해 잡아
입력 2013-06-10 18:03 수정 2013-06-10 18:07
심야에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달아나던 거구의 30대 남성을 중학생 2명이 40여분 추격전 끝에 붙잡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대치중 3학년 김건이(15·사진 오른쪽) 김현성(15·사진 왼쪽)군은 지난달 30일 오전 1시쯤 집에 들어가다 개포동 국립국악고 근처에서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달려가 보니 택시기사가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성이 서둘러 도망치는 게 보였다. 두 학생은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내던지고 뒤쫓기 시작했다. 택시기사도 몸을 일으켜 차를 타고 범인을 쫓았다.
범인은 골목길로 숨어들었다. 자동차 지붕을 밟고 2m가 넘는 담장을 뛰어넘는 등 날렵하게 피해 다녔다. 좁은 골목길에서 차로 범인을 쫓는 게 무리라고 판단한 택시기사는 범인이 도주한 곳 주변을 택시로 맴돌다 범인을 발견하면 소리를 질러 학생들에게 위치를 알렸다. 오전 1시20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수서경찰서 개포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도 추격전에 합류했다.
범인을 먼저 발견한 건 학생들이었다. 인근 빌라 1층 입구에서 센서로 작동하는 불이 켜지는 것을 수상히 여긴 학생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범인이 몸을 웅크린 채 숨어 있었다. 학생들이 붙잡으려 하자 키가 180㎝도 넘는 범인이 완강하게 저항했다. 학생들은 힘으로 그를 제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기지를 발휘해 “택시기사도 잘못이 있다”며 범인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범인이 “돈을 줄 테니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제안하자 “우리는 아저씨 편”이라고 구슬리기도 했다. 안심이 되자 술기운이 올랐는지 범인은 곧 잠이 들었다. 경찰은 학생들의 연락을 받고 오전 1시50분쯤 범인을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용모(35)씨는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서 술을 마신 채 이모(57)씨 택시에 탔다. 목적지인 개포동에 도착하니 택시비 2만6000원이 나왔다. 돈이 8000원밖에 없었던 용씨는 곧바로 달아났다. 이씨가 잡으려 하자 수차례 때려 머리와 어깨, 팔에 상처를 입혔다. 수서서 관계자는 “학생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하기 위해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김동우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