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성경’의 귀환… 기독교 쇠락 노르웨이서 베스트셀러 1위 등극

입력 2013-06-10 17:52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기독교 신앙이 쇠락하고 있는 노르웨이에서 이례적으로 성경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10일 AP통신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2011년 10월 출간된 노르웨이어 성경은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16만부 가까이 팔려 최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성경은 서구 출판계를 강타한 에로틱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도 제쳤다. 성경책뿐 아니라 성경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6시간짜리 연극 ‘성경(Bibelen)’이 최근 3개월 동안 수도 오슬로에서 상연되면서 1만6000여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성공을 거뒀다. 전체 인구 500만명 중 교회 출석 인구가 1%에 불과한 나라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노르웨이성서공회는 1978년판 성경을 대체하는 개정판을 내놓으면서 마리아를 가리키는 ‘동정녀(virgin)’란 표현을 ‘젊은 여인(young woman)’으로 바꾸는 등 번역에서 변화를 꾀했다. 또 타깃 연령층에 따라 책의 장정(裝幀)을 달리 하고 대중소설처럼 광고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성서공회는 가독성을 높인 번역과 적극적인 마케팅 외에 이민자 증가 현상도 성경의 인기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노르웨이는 적극적인 이민 정책으로 지난 6년간 25만8000여명의 이민자가 유입됐는데, 이 중 60%가 크리스천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서공회 관계자는 “나머지 40%는 무슬림과 힌두교, 불교도인데 노르웨이 국민들이 외부 종교에 노출되면서 토착 기독교 신앙(루터교)에 더 관심을 갖게 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업체 바나그룹은 미국 성인 107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0%, 교회 출석자의 61%, 기독교가 아닌 종교를 가진 사람의 18%, 종교가 없는 사람의 9%가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바나그룹 대표 데이비드 키너만은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지 않은 이들 중 상당수가 성경을 통독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