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OC사업, 민자 전환에 앞서 해야 할 일

입력 2013-06-10 17:47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맞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대거 민간투자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재고돼야 마땅하다. 민자사업 적자보전에 막대한 국민 혈세를 쏟아 붓는 사례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돈 들어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과거의 잘못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전철을 되풀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재정관리국 산하에 있는 민자정책과를 예산실 밑으로 옮겨 민간투자사업 확대를 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가 민자사업을 정부 예산사업과 연계해 확대하려는 것은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 계획인 ‘공약가계부’에 따라 세출 구조조정 1순위로 SOC가 지목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 동안 써야 할 돈 134조8000억원 가운데 50조7000억원은 세입을 늘려서 조달하고 84조1000억원은 세출을 줄여서 메운다는 계획에 따라 SOC 사업 예산 12조원을 삭감하기로 했으니 필수불가결한 SOC 건설을 위해서는 초기 재정 부담이 적은 민자를 유치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일 수도 있다.

과거 민자사업이 교통망 확충에 기여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수요 예측을 잘못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비용을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는 구조여서 문제가 적지 않다. 지난 10년간 민자 SOC 사업의 ‘수입보전’을 위해 쓴 세금이 2조원을 넘었고, 현재 추진 중인 17개 민자도로·터널 건설사업의 실제 교통량이 예측치의 50%에 그칠 경우 2038년까지 민간사업자들에 대한 손실보전 비용으로 무려 12조6000억원이 들어간다고 하니 혀를 내두를 정도다.

현재 엉터리 수요 예측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한 민자사업은 인천공항고속도로, 우면산터널 등 30여곳이다. 국민은 비싼 요금을 내야 하고, 정부는 적정 수입 보장에 발목 잡혀 국민의 세금으로 민자사업자의 배만 불려주는 난맥상을 보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민자를 유치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민자사업이 무조건 배제돼서도 안 되지만 ‘공약가계부’의 출구전략으로 추진되는 것은 곤란하다. 그보다 앞서 정부는 민자사업 전반에 걸쳐 꼼꼼히 따져보고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적자 사업의 경우 수요량을 재조사해 최소운영 보장 비율, 보장 기간 등을 수정하고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수요 예측을 엉터리로 한 업체나 기관에 보전액의 일정 비율을 물려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 개선 없이 민자사업 확대에만 매달리면 그 부작용은 정부에 부메랑이 돼 국가경제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