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습진은 주부질환?… 의사들도 ‘고생’
입력 2013-06-10 17:43
물 일(wet work)을 많이 하는 주부들이 주로 걸리는 피부질환의 하나 정도로 알고 있던 만성 손 습진이 뜻밖에도 다양한 직업군에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주부들 못지않게 의료기관 종사자의 상당수가 만성적인 손 습진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를 볼 때마다 손을 씻고, 강한 소독 젤을 사용하는 등의 업무상 특성 때문에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는 게 원인일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만성 손 습진이란 습진이 손 부위에 나타나는 것으로, 한 번 발병했다 하면 최소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1년 동안 두 번 이상 재발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한접촉피부염 및 피부알레르기학회(회장 노영석·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지난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한 달간 전국 13개 대학병원을 방문한 만성 손 습진 환자 353명을 대상으로 직업과 병력, 동반질환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부가 전체의 24.9%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10일 밝혔다.
손 습진 환자 중에는 누구보다 예방 및 조기 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의료기관 종사자도 23.5%나 발견되는 등 다양한 직종에서 폭넓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 직업군 다음으로는 사무직 11.3%, 학생 7.6%, 요식업 5.7%, 기타(금속기계업, 미용사 등) 26.9% 등의 순서였다.
또 만성 손 습진을 주부들이나 걸리는 가벼운 습진쯤으로 치부해 제대로 손 관리를 안 하는 경우가 두 명 중 한 명꼴(42.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6∼12개월째 만성 손 습진을 앓고 있는 환자는 43.1%에 달한다. 환자 수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1년 이상 또는 3년 이상 손 습진을 제때 치료하지 못한 채 오래 묵힌 환자도 각각 9.3%, 3.4%를 차지했다.
이들 만성 손 습진 환자 10명 중 8명은 접촉성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 등 다른 난치성 피부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이들은 만성 손 습진 외에도 아토피 피부염(19.8%), 접촉성 피부염(18.1%), 백선(9.6%), 한포진(7.6%), 건선(6.2%) 등의 피부질환을 동반하고 있었다.
이가영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아토피나 알레르기 같은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 손의 피부가 벗겨지거나 붉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만성 손 습진 환자의 상당수가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76.2%)거나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이 든 적이 있다’(69.4%) ‘잠을 제대로 못 잔 적이 있다’(55.8%)고 호소하는 등 일상생활 중 어려움도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만성 손 습진으로 인해)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46.2%)거나 ‘직장을 잃었다’(23%) ‘장기간 병가를 낸 적이 있다’(19.9%)는 환자들도 있었다.
만성 손 습진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손을 덜 자극하는 습관을 길들일 필요가 있다. 또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심할 때는 국소 스테로이드제제나 면역조절제와 함께 항히스타민제, 레티노이드 수용체 등 우리 몸 전체에 고루 작용하는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