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홍삼
입력 2013-06-10 19:06
때 이른 무더위로 보양식품인 인삼 매출이 급증했다. 삼계탕 재료인 생닭 판매량도 함께 껑충 뛰었다고 한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매출을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한 결과다. 인삼은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5배 이상이나 더 팔렸다. 인삼이 아무리 대중화됐다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매출신장은 의외다.
옛날부터 인삼은 원기를 보하고 신체허약, 권태, 피로, 식욕부진, 구토, 설사에 쓰이며, 폐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노화방지, 면역증강, 고혈당 억제, 단백질합성 촉진, 항암, 해독에도 좋은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식물의 뿌리에 불과한데도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삼을 백삼과 홍삼, 미삼으로 분류하며 6년 이상 키운 것을 귀하게 여긴다. 이 기한을 채우지 못한 삼은 약효가 떨어져 제값도 받지 못한다. 이상하게 인삼은 4년째부터 잘 자라지도 않을 뿐 아니라 병충해에도 약해지기 때문에 농가의 속을 태우곤 한다. 또 인삼 농사를 시작하면 적어도 6년간은 수입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모험산업에 속한다.
인삼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홍삼을 만드는 증포 기술일 것이다. 홍삼을 제조하기 시작한 것은 고려 때로 중국 등지에서 이미 상당한 명성을 얻고 있었다. 우리의 홍삼 제조기술이 워낙 뛰어나 캐나다에서는 1990년대 초 증포기술을 가진 한국 사람이 이민을 온다면 우선적으로 영주권을 주겠다고 공언했을 정도였다. 투자이민을 선호하던 캐나다가 자국의 인삼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올리기 위한 정책이었다.
중국이 세계적인 인삼 산지인 백두산 일대의 야생 인삼 자원을 늘리기 위해 최근 경비행기로 인삼 종자 5t을 뿌렸다고 한다. 2011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2t을 뿌렸다니 모두 9t의 인삼종자가 뿌려진 셈이다. 중국은 이 종자가 자라면 40∼50년 뒤 백두산 야생 인삼의 수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백두산에 인삼이 자란다 해도 우리의 홍삼과 중국의 삼은 비교되지 않을 것이다. 세계인삼시장에서 중국산이 저질로 소문나 경쟁력이 없는데다 우리의 홍삼제조 기술이 워낙 뛰어나 뒤따라올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오로지하던 홍삼 제조도 빗장이 풀린 지 오래인 만큼 세계인이 깜짝 놀랄 천하명품 홍삼이 태어나길 기대한다. 이왕이면 값도 좀 내렸으면 더 좋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