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한용섭] 한·중,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되길
입력 2013-06-10 19:06
“박 대통령과 시 주석 인생 역정에는 공통점 있어 개인적인 신뢰 구축 가능해”
지난 8일 미·중 정상회담이 끝났다. 북핵 전문가들에게는 미·중 정상이 북핵문제에 대해 어떤 합의를 내놓을 것인가가 관심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북한특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나 두 가지를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는 중국이 미국에 북·미 회담을 주선해 줄 것과 다른 하나는 이달 말 예정인 한·중 정상회담에 난관을 조성하고 북·중관계를 회복시켜 달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중 정상은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은 있을 수 없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6자회담이나 양자접촉이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했고, 중국 또한 북핵문제가 북·미 간 문제라던 과거의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 미·중이 협력해 풀어야 한다고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북 경고와 원칙적 입장 견지, 한국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지속적 추진, 그리고 미·중 정상회담의 효과 때문인지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북한이 우리에게 공식 대화를 제의해 왔다. 그런데 북핵문제에 대한 관련국들의 공통된 입장은 이달 27일 개최되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정상회담 이후에 마련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시킨 대미 정상외교를 발판으로 삼고, 중국과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강화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한·중관계가 희망적인 것은 박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개인적인 신뢰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양 정상은 인생 역정에서 공통점이 많다. 박 대통령은 부친의 시해 이후 17년간 야인생활을 하면서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고 극한의 절망을 극복한 체험적인 진실을 고백한 적이 있고, 시 주석은 부친이 권력을 잃은 후 어린 10대에 한 농촌생산소에서 유배 같은 생활을 하면서 “칼은 돌 위에 갈고, 사람은 어려움 속에서 단련된다”면서 자신감과 용기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국민이 행복한 나라’라는 국정목표를 추진하고 있고, 시 주석은 ‘중국의 꿈(中國夢)’을 내걸고 중국 인민의 행복지수를 향상시키고자 하고 있다.
이런 점을 활용하면 개인적인 신뢰와 상호존중의 바탕 위에서 한·중관계 발전의 튼튼한 기초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중 양국이 각각 국민과 인민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의 국민과 인민의 행복, 북한 주민의 행복을 인질로 삼고 오로지 김씨왕조의 생존을 위해 핵무기로 전쟁협박을 일삼고 있는 북한에 대해 공통된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용이할 것이다.
2015년이면 양국 교역량이 3000억 달러가 되는 시대가 온다. 경제는 뜨겁고 정치는 냉랭하던 경열정냉(經熱政冷)의 과거는 지나가고, 정치군사 관계도 경제 못지않은 뜨거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양국의 지도층은 공감하고 있다. 이럴 때에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은 시의적절하다. 한·중 간에 혹은 동북아 국가들 간에 전통적인 군사이슈가 아닌 기후변화, 대량살상무기 확산, 대테러, 자연재해, 해상 구조 및 탐색, 원자력 안전과 핵안보 등 초국가적 안보문제에 대한 협력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복합적인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해 사회문화교육협력은 더 절실하다. 문화융성을 추구하는 한국과 문화대국을 추진하는 중국은 과거의 활발했던 문화교류를 되살려 동북아 문화의 르네상스기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에는 ‘6·25전쟁이 미 제국주의에 저항하여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인식, ‘한·미동맹은 냉전의 산물’, ‘중국은 혈맹인 북한을 항상 지지해야 한다’는 사고가 존재하고 있다. 대중외교에서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분야에 대해 합의하고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면서 차이점은 남겨놓는 지혜도 함께 발휘돼야 할 것이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한국핵정책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