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재엽] 연합전구사령부 성공하려면

입력 2013-06-10 17:48


한국과 미국은 최근 한미연합사령부(CFC)와 유사한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이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 이후 한국군, 주한미군을 통합 지휘하는 연합방위체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국군 대장을 연합전구사령부 사령관으로 임명할 것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양국은 10월 서울에서 열릴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세부 내용을 확정한다.

연합전구사령부 창설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다. 먼저 전작권 전환에 관한 일각의 반대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그동안 양국은 한미연합사가 행사해 온 한국군의 지휘권을 합동참모본부(합참)에 이양하고, 전시에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개별 사령부가 협조하면서 북한의 군사 위협에 맞선다는 개념으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한미연합사 해체가 전력 운용의 효율성과 결속력을 떨어뜨리고 미국의 방위공약 제공 여부에 관한 신뢰성을 약화시켜 대북 억제·방위 태세에 치명적 공백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점에서 양국의 이번 결정은 향후 전작권 전환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 추진 과정에서의 방위태세 공백 문제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작권 전환의 기본 취지인 ‘한국 주도의 한국 방위’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의미도 갖는다. 그동안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으로서 타국 군의 지휘를 받지 않는 전통을 고수해 왔다. 한국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연합전구사령부의 창설이 실현될 경우 이는 미군 역사상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말하자면 한국군이 한반도에서 평시 전쟁을 억제하고, 유사시 승리하기 위한 주요 군사임무를 주도할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미국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60년에 걸친 동맹 관계에 바탕을 둔 한·미 양국의 신뢰와 존중, 한국군의 성장이 이룩한 쾌거인 것이다.

과제도 남아 있다. 한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연합방위체제를 효과적으로 구현, 운용할 수 있도록 군 지휘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군의 최고위층인 합참의장이 유사시 대통령에 대한 군사 보좌,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통합 작전지휘를 함께 수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지나친 부담이다. 따라서 새로 창설될 연합전구사령부의 사령관은 합참의장과는 별도로, 오로지 전쟁지도만을 전담하는 합동군사령관으로 임명돼야 한다.

동시에 한국군은 전작권의 전환 이후 명실상부하게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제를 주도하기 위한 군사력의 확충을 차질 없이 진행시켜야 한다. 여기에는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한 북한의 주요 군사위협을 지속적으로 식별·추적할 수 있는 광역 정보수집 자산, 북한 전 지역을 공격권 내에 두는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 미사일 방어체계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미군의 대규모 증원전력이 한반도에 도착하기 전부터 북한의 침략을 신속히 분쇄하고, 국민 생명과 영토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할 것이다.

앞으로 한·미연합군 사령관의 국적,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전력증원 규모가 어떻게 결정되든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바로 한반도에서 평시 전쟁의 억제, 전쟁 초기의 방어를 책임져야 할 주력은 한국군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전작권 전환을 계기로 현실화될 ‘한국 주도의 한국 방위’를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자주적인 국방 태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맹국의 지원 능력과 의지가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을 대신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재엽 한남대 객원교수·국방전략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