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친박 낙하산은 곤란하다
입력 2013-06-10 17:44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새누리당 4선 의원을 지낸 친박계 김영선씨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거래소는 ‘MB맨’으로 분류되는 김봉수 전 이사장이 지난달 조기 사임의사를 밝힌 후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12일까지 이사장 지원자를 공모하고 있다. 내정설이 사실이라면 현재 진행되는 이사장 공모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후보로 거론되는 증권업계 사장 출신 인사들은 남의 잔치에 들러리만 서는 꼴이다.
거래소 이사장은 주주총회에서 최종 후보가 정해지면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 말기의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새 정부 출범 후에는 ‘국정철학’을 공유한 인사를 강조하면서 일부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지만 이번처럼 전문성과 동떨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법조인 출신인 김 전 의원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지냈고, 대표적인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본시장 수장 자리가 논공행상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금융투자업계 경험이 전무한 김 전 의원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한국거래소의 업무보고를 받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그가 거래소 이사장이 된다면 ‘갑’의 지위를 악용해 산하 기관장 자리를 꿰차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낙하산 인사의 가장 큰 폐해는 방만 경영이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453만원으로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많았다. 거래소 이사장 연봉은 지난해 1억6996만원이었지만 공공기관이 아니었던 2008년에는 8억원을 넘기도 했다.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들이 거쳐 가면서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급여를 올려놓은 탓이다. 얼마나 노골적인지 거래소 노조는 지난 4월 초 이사장 임기가 8개월이나 남았는데도 증권업계 출신이 아닌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실현할 ‘힘센 낙하산’을 보내달라고 성명을 냈을 정도다. 2009년 공공기관에 재지정되면서 급여와 복지혜택이 줄어들자 실세가 와서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이끌어 내 달라는 것이다. 이제는 정말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