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홍천모범운전자회] “단 하루라도 가족이 돼 보듬어주자”… 12년째 나들이

입력 2013-06-10 17:17


“키 작던 꼬마들이 예쁜 아가씨가 돼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넬 때면 큰 행복을 느껴요.”

지난달 28일 오전 강원도 홍천지역의 소년소녀가장과 보육시설인 명동보육원과 호수의집 원생 등 67명이 홍천의 한 웨딩홀 주차장에 세워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들의 바로 옆자리에는 홍천지역 택시와 버스, 화물차 기사 등 운송종사자로 구성된 홍천모범운전자회 회원 63명이 앉았다. 회원들은 나들이를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올 때까지 아이들의 ‘1일 아버지’가 됐다.

130명의 인원을 태운 버스 3대는 경기도 과천의 어린이대공원으로 향했다. 모두 65쌍을 이뤄 ‘1일 가족’이 된 이들은 이날 하루 버스에서는 물론 놀이동산과 음식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따뜻한 정을 나눴다.

모범운전자회 박호성(54) 전 회장은 “1년에 한 번뿐인 행사에 단 하루라도 가족이 돼주자는 의미에서 아이들과 회원들이 함께 짝을 이뤄 추억을 쌓게 한다”면서 “처음에는 아이들이 낯설어 하지만 나중에는 긴장을 풀고 손을 먼저 잡는 등 가깝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모범운전자회가 지역의 꿈나무들을 위해 마련한 ‘소년소녀가장 초청 나들이’다.

모범운전자회는 2001년까지 회원들의 단합을 위해 연례적으로 야유회를 열었다.

하지만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야유회는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 야유회 대신 소년소녀가장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로 뜻을 모았다. 이렇게 2002년부터 시작한 행사가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행사는 교통정체를 우려해 올해 처음 버스를 이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11차례 모두 회원들의 택시와 승용차를 이용했다. 아이들과 좀 더 가까운 공간에서 정을 나누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후원자 모집이 힘들어 행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봉사 초기 회원들은 특별한 후원단체가 없어 지역에서 어렵게 후원받은 생닭을 회원들이 직접 튀겨 통닭을 만들고, 봉사 당일 새벽에 모여 100인분이 넘는 김밥을 직접 만드는 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의 선행이 지역에 알려지면서 지역 의사협회, 차량 관련 업체, 음식점 등에서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방상선(48) 회장은 “회원과 후원자들 모두가 이맘때면 행사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며 “10여년 전엔 꼬마였던 아이들이 우리보다 크게, 또 올곧게 자라 뿌듯하다”고 활짝 웃었다.

홍천=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