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생들의 “학교 폭력 예방” 강연 공감 가네∼
입력 2013-06-09 19:18 수정 2013-06-09 23:09
지난 7일 오후 2시, 서울 문래동의 양화중학교 대강당에 모인 1·2학년 학생들은 여느 중학생처럼 소란스럽게 떠들었다. 싸이의 ‘젠틀맨’ 노래에 맞춰 제복 차림의 경찰대 소속 전·의경 홍보단이 등장하자 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홍보단이 엉덩이에 ‘4대악 OUT’이란 글자를 붙이고 ‘시건방춤’을 추자 학생들은 아이돌 스타라도 본 듯 박수치며 열광했다.
경찰대 재학생 133명은 지난달 3일부터 서울 27개 중학교를 돌며 ‘찾아가는 학교폭력 예방 강의’를 진행해 왔다. 이날이 마지막 강의였다. ‘경찰 오빠’들은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인 ‘레알 현대사전’을 패러디해 “‘일진’이란 남학생의 경우 ‘나도 해볼까 기웃거리다 빵 셔틀(빵 심부름) 당하는 것’, 학부모의 경우 ‘우리 아이는 아닐 거라 생각했다가 경찰서에서 연락 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학생들은 “맞아, 맞아”하며 공감했다.
한 경찰대생은 ‘빵 셔틀’ 당했던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한 상황극을 선보였다. 중학생 시절 억지로 빵 심부름을 해야 했던 그가 경찰대에 합격한 뒤 자장면 배달원이 된 가해 학생을 만나 같이 이야기 나누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내용이었다. 휴대전화 인터넷 데이터를 가로채는 ‘와이파이 셔틀’ 역시 ‘학교폭력’에 속한다고 하자 학생들은 “저것도?”라며 놀라워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머리 위에 양팔로 하트를 그리고 옆에 앉은 친구에게 “사랑합니다”를 외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엔 쑥스럽다며 소리를 질렀지만 10분간 이 동작이 이어졌고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친구를 껴안는 학생들도 있었다.
소감문을 제출하면서 교사나 부모에게 꺼내지 못했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놓은 학생도 있었다. 한 학교에서는 ‘당해본 사람만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어요. 모자란다고 얻어맞는 것도 참 억울한데…’라는 소감문이 제출됐다. 이날도 ‘앞으로는 왕따 안 시키고 (학교폭력을) 보면 신고하겠습니다’라는 소감을 밝힌 학생이 있었다. 강의를 들은 이예서(14)양은 “장난으로 했던 행동이 학교폭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