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요”… 대학생들 대부분 잘 모르고 무관심

입력 2013-06-09 19:18

“시원한 팥빙수 먹고 O·X 게임 해요.” 지난 5일 낮 12시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 광장에선 ‘한열, 민주주의 앞에서 너에게 묻는다’란 문구가 새겨진 검은 티셔츠 차림의 이들이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팥빙수를 나눠줬다. ‘고(故) 이한열 열사 추모 기획단’ 학생들이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 열사의 26주기 추모제를 준비하며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팥빙수 이벤트’까지 동원한 것이다. 김지은(22·여) 기획단장은 9일 “이한열 열사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 추모주간인 지난 3일부터 팥빙수 이벤트를 함께 진행했다”고 말했다.

26년 전 6월 9일 이 열사는 연세대 앞에서 시위 중 전경이 쏜 최루탄에 맞았다. 피 흘리는 그의 사진 한 장은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 캠퍼스를 누비는 건 대부분 90년대 태어난 학생들이다. 연세대 교정에서 만난 이들은 대부분 “이한열이란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는 반응을 보였다. O·X 퀴즈 이벤트에 참여한 한 학생은 “시위하다 죽은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추모제 행사를 보니 생각해볼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근현대사에 대한 대학생들의 무관심은 최근 여러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화’의 뜻을 왜곡하거나 폄훼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달 한 네티즌은 고려대에서 진행된 5·18 추모 사진전에 찾아가 사진을 훼손한 뒤 ‘인증샷’을 찍어 ‘일간베스트’ 사이트에 올렸다. 2004년 연세대에서 진행된 추모식 때는 이 열사의 영정사진이 칼로 찍힌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한열 기념사업회는 젊은 세대에게 이 열사를 알리기 위해 2008년부터 장학회를 만들어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이 열사의 이름으로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해 홍보에 나섰다.

기념사업회는 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쓰러질 때 입고 있던 ‘YONSEI’라고 새겨진 파란 티셔츠와 러닝셔츠, 흰 바지와 흰색 운동화를 서울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에 보관하며 전시하고 있다. 매년 시민 2000명이 이곳을 찾아 이 열사의 옷에 묻은 혈흔과 최루가스를 보며 26년 전을 떠올린다.

하지만 한 짝만 남은 운동화는 밑바닥이 절반 이상 부스러졌고, 티셔츠 혈흔도 점점 색이 바래가고 있다. 기념사업회 측은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시설이 없어 보존 처리가 어려운 실정이어서 추가 손상을 막기 힘들다”며 “1000만원 정도 모금해 보관시설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유나 박요진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