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亞 3관왕… ‘볼’만 잘 다뤄도 세계정상권

입력 2013-06-09 18:58 수정 2013-06-09 23:03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연세대)에게 아시아 무대는 역시 좁았다. 이제 세계 무대 금메달을 향한 금빛연기를 준비하고 있다.

손연재는 2013 아시아선수권대회 후프·곤봉 종목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서 개인종합 우승에 이어 대회 3관왕에 올랐다. 손연재는 8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개인 종목별 결선 첫 번째 후프에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 맞춰 클린 연기를 선보여 18.433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세 번째 곤봉 종목에서도 런던올림픽 이후 수 없이 들었던 ‘곤봉 징크스’를 단숨에 깨버렸다. 회전량이 완벽하면서 18.400점, 최고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듬체조는 후프·볼·리본·곤봉·줄 등 다섯 가지 종목 중 한 가지 종목을 제외한 네 가지 종목을 선택해 경기를 치른다. 손연재는 그동안 국제대회 개인종합에서 메달권 밖에서만 맴돌았다. 그러나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서 볼 결선을 제외하고 종목별로 17∼18점대의 고득점을 올려 7일 개인종합에서 사상 첫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랭킹 6위에 올라 있는 손연재는 종목별 랭킹에서 후프가 세계 2위에 올라 가장 높고 리본이 세계 4위로 뒤를 이었다. 곤봉이 세계 7위고 볼은 세계 9위로 가장 낮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루틴을 짠 리본은 어릴 적 배운 발레에 대해 애착이 강한 손연재가 특히 신경을 쏟는 종목이다. 리본 루틴 중간에 나오는 12회전 포에테 피봇(앞발바닥으로 도는 기술)에는 손연재의 연기 중 단일 난도에서 가장 높은 1.7점이 책정돼 있다. 이번 대회에서 흑조로 변신한 손연재는 마치 호수에서 물결이 치는 듯 보이는 하늘색 리본을 들고 나와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살렸다.

푸치니의 ‘투란도트’ 음악에 맞춰 구성한 후프에서 손연재의 주특기는 후프를 던진 뒤 점프해서 가운데를 통과하는 동작이다. 이외에도 애티튜드 피봇(한 발로 전신을 지탱하고 다른 한 발은 무릎을 굽혀 들어올리는 기술)에서 퐁쉐(회전 기술)로 넘어가는 고난도 복합 피봇 등도 루틴에 넣어 작품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연재는 수구를 머리 위에 겹쳐 얹고 스텝을 밟는 깜찍한 동작을 넣어 곤봉 연기를 맛깔나게 살렸다. 볼 종목에서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술로 인정받기 위해 바운스한 볼을 뒤로 돌린 팔과 등 사이에 끼어 뒤 허리 재기를 하는 기술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 네 종목에서 모두 고른 연기를 펼치면서 8월 말 우크라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전망을 밝게 했다. 하지만 볼 결선에서 초반 퐁쉐를 할 때 손으로 바닥을 짚고, 신체 난도에서 점수가 깎이는 실수가 여러 번 나와 16점대에 머문 것을 생각했을 때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게 필수적이다. 손연재는 10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