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연하 아내와 함께 사는 심마니… KBS1 ‘인간극장’
입력 2013-06-09 18:49
인간극장(KBS1·10일 오전 7시50분)
해발 550m 고지의 지리산 자락. 풀숲을 헤치고 한 남자가 등장한다. 긴 수염에 꽁지머리를 하고 빛바랜 개량한복을 입은 모습이 영락없는 도인이다. 남자는 낡은 장화를 신고도 험준한 언덕을 날다람쥐처럼 뛰어다닌다. 지리산 이곳저곳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뚫고 있는 모습이다. 주인공은 바로 15년차 심마니 김용락(49)씨다. 김씨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들이닥쳤을 때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억대 빚을 지게 됐다. 그의 곁을 지켜주던 아내도 떠나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김씨는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는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TV에서 누군가가 1억짜리 산삼을 캤다는 내용을 보게 된 것이다. 그는 그길로 한 심마니를 찾아가 일을 배웠다. 그리고 4년 전, 지리산 중턱에 자릴 잡고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김씨의 새로운 인생엔 든든한 조력자도 생겼다. 3년 전 백년가약을 맺은 열아홉 살 연하 송희진(30)씨다. 송씨는 8년 전 친구들과 놀러 간 동호회에서 김씨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현재 생후 17개월 된 딸 벼리와 함께 지리산에서 그 누구보다 행복한 일상을 꾸려나가고 있다.
방송에선 소박하면서도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들 부부의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 김씨는 산삼을 찾아야 밥값을 벌 수 있지만, 배낭에 고사리만 가득 담아 퇴근해도 항상 표정이 밝다. 그는 산삼보다 아내가 손수 해주는 고사리 무침을 더 좋아한다.
부부는 얼마 전 또 하나의 낭보를 접했다. 바로 송씨가 임신 3개월이라는 것. 김씨는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오미자밭을 일구기 시작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