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국정원직원들 선거법 위반 결론… 원세훈은?

입력 2013-06-09 18:38 수정 2013-06-09 22:40

국가정보원의 정치·선거개입 의혹과 관련, 법무·검찰 지휘부가 수사 종료를 목전에 두고 ‘원세훈 딜레마’에 빠졌다. 공직선거법 적용 문제가 마지막 쟁점이다.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죄를 적용해 처벌하자니 명백한 물증이 부족하고, 선거법은 빼고 국정원법 위반만으로 기소하면 정치권은 물론 수사팀 일부의 반발도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9일 이번 수사의 증거관계 조사를 사실상 마치고 상부의 ‘결단’을 기다렸으나 확답을 듣지 못했다. 수사팀은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의 인터넷 활동 일부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댓글 작업이 원 전 원장-이종명 전 3차장-민모 전 심리정보국장 등의 지휘계통을 밟은 조직적 선거운동이라거나 활동 내용이 원 전 원장에게까지 보고됐다는 구체적 자료는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선거법 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위반 여부를 가리는 데 게시글·댓글보다는 오히려 ‘찬반 표시’ 행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운동으로 볼 만한 댓글 수가 얼마 안 되고, 내용 역시 대부분 허접하다”고 말했다. 국정원장 지시에 따라 국가 정보기관 조직이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보기에는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특정 후보 관련 게시글에 찬반 표시를 한 부분은 뚜렷한 ‘경향성’이 확인됐다. 다만 여기저기의 글에 찬성 혹은 반대 클릭을 한 것이라 이를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종북세력 대응 활동인지,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해서였는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거운동이라면 결국 박근혜 후보를 이롭게 하는 행위로 귀결된다는 점도 부담인 듯하다.

검찰은 일종의 ‘보험’ 차원에서 황보건설 측의 금품수수 의혹을 매개로 한 원 전 원장 개인 비리 수사(특수1부 담당)도 진행해 왔지만 핵심 관련자들이 입을 다물면서 당초 구상이 어그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간부는 “(선거법 적용을) 하자니 애매하고, 안 하자니 논란이 예상되고…. 그래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6월19일)이 다가오면서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미 힘들어졌다는 분석도 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늦어도 10일 오후에는 원 전 원장 선거법 적용 문제, 신병처리 여부 등이 결론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황 장관이 부당한 수사간섭 행위를 계속한다면 해임건의안 제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