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중남미 국가들과 군사·경제 협력 中 ‘美 포위’ 정책 나섰다
입력 2013-06-09 18:27
중국이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 지역 국가들과의 군사·경제적 협력을 통해 미국 포위 정책에 나서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이 ‘중국 봉쇄 정책’이라고 비난해 온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 정책인 셈이다.
중국의 미국 포위 정책의 하이라이트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취임 후 첫 중남미 3개국 순방이었다. 시 주석은 중국의 이 지역 최대 무역 파트너인 브라질이나 동맹국인 쿠바와 베네수엘라를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시 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7∼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 앞서 트리니다드토바고, 코스타리카, 멕시코를 차례로 방문했다.
시 주석은 지난 2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카리브 지역 8개국 정상들과 만나 3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코스타리카에서는 차관과 각종 투자로 23억 달러를 풀기로 했고, 멕시코에서는 10억 달러의 차관과 별도로 멕시코산 제품을 10억 달러어치 이상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 워싱턴타임스는 중국이 수십억 달러를 풀어서 미국 뒷마당의 영향력을 사들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나라는 멕시코다. 멕시코와 중국은 1972년 외교관계를 수립했지만 2011년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초청해 접견하면서 양국 관계는 경색돼 있었다. 특히 저임금 노동을 바탕으로 한 멕시코는 경제적으로 중국의 경쟁국이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고 있는 미국과는 같은 경제권이다. 시 주석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경제적 협력 외에도 대만이나 티베트와 같은 중국 문제에 개입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앞으로 일본과의 영토 분쟁 등 국제 문제에서 ‘친중국화’된 멕시코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 주석의 이번 중남미 방문의 중요한 목적에는 무기 수출 문제도 포함돼 있다. 중국은 그동안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멕시코 등에 각종 무기류를 수출해 왔다. 하지만 중국산 무기에 대한 품질 논란이 벌어지면서 이들 나라가 중국산 대신 러시아산 무기 수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중남미 방문 기간 중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무기 수출 문제에 대한 깊은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중국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와도 경제·군사적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 피터 매케이 국방 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의 군사 협력에 합의했다. 앞서 중국은 캐나다의 오일 샌드와 천연가스 개발을 위해 3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양국 간 경제 협력도 심화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