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정상이 공감한 北核 不容의 이정표

입력 2013-06-09 19:00

북한은 핵무장 아집 접고 진정한 비핵화 의지 보여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회담을 갖고 북한 핵 불용(不容) 원칙을 재확인했다. 동북아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고 국제사회 질서를 주도하는 양대 강국 정상의 합의는 북한의 핵 무장 기도에 강력하면서도 지속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북한은 주변국 모두가 반대하는 핵 위협을 접고 비핵화라는 국제사회의 큰 흐름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미·중 정상이 북한에 던진 메시지는 매우 분명했다. 양 정상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고, 핵무기 개발도 용인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또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거나 북한과의 대화를 진행하려면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두 정상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를 이뤘다고 브리핑했고,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양 정상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같은 입장과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북핵 불용 입장을 천명한 것은 의미가 크다. 중국은 그간 제3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의 대북 제재에 찬성했고, 북한의 핵 무장 정책에 거리를 두는 등 이전의 미적대던 태도에서 벗어나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 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방향이 결코 일회적이거나 임시방편이 아니며 중국 외교의 기조로 자리 잡았음이 명확해진 셈이기 때문이다. 북핵 불용 원칙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27일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에서도 재차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회담은 시 주석 취임 후 첫 번째 미·중 정상회담으로, 1972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양국이 수교한 이후 새로운 외교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확인된 대북 관계의 공감대는 시 주석이 이끌 ‘5세대 10년’의 중국을 넘어 차기 정권에도 연결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나아갈 길은 명확해 보인다. 핵 없는 지구촌을 지향하는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방향에서 일탈한 ‘핵-경제 병진론’으로는 설 자리가 없으며 진정한 비핵화 의지가 없으면 국제적 고립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이 최근 남북 당국간 대화 제의에 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북 간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같은 협력 사업은 물론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사안도 쌓여 있다. 하지만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다른 의제들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남북 상호 신뢰와 긴장 완화, 궁극적으로 화해와 평화의 한반도로 나아가기 어렵다. 물론 비핵화와 북한의 국제사회 동참을 이끌어 내는 것은 남북이나 주변국 모두에게 인내를 요구하는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북한이 핵 무장을 자위를 위한 필수조건이라 주장하는 아집에서 벗어나는 것은 실질적인 대화를 위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