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대화, 한꺼번에 모든 것 해결할 수 없다

입력 2013-06-09 18:59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해 9일 열린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에서 양측은 큰 논쟁 없이 회의 일정을 마쳤다. 남북 모두 오랜만에 마주 앉은 자리인 만큼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장관급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는 잘 꿴 셈이다.

문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마 입으로 전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극언을 쏟아내며 우리를 협박했던 북한이 하루아침에 태도를 돌변해 대화를 제의한 배경을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남북대화가 끊어져 답답한 마음도 있었겠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이나 남북 국회 회담을 추진하자는 주장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은 모두 북한 때문에 파행이 초래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핵 보유 사실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중국에는 특사를 보냈다. 미국에는 특사를 보내는 대신 우리 측에 대화를 제의하면서 교착된 북미관계를 풀려는 의도가 있다는 메시지를 날렸다. 남북현안을 타결하려는 의도보다는 미국과 중국의 북한 핵 보유 견제 시도를 완화하려는 속셈이 많다는 뜻이다.

사실 북한만큼 다루기 어렵고 속내가 복잡한 국가는 이 지구상에 어디에도 없다. 마음대로 공단을 폐쇄하고 우리 기업인을 내쫓고도 밀린 임금은 다 받아가는 몰염치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가 하면 엄연히 우리 정부와 기업의 재산인 이산가족 면회소와 호텔 등을 몰수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국제협약이라든가 합의서, 보장서 같은 법적 장치는 도무지 없다. 우리가 이번 장관급 회담을 준비하면서도 결코 들뜬 마음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마음만 먹으면 모든 합의를 뒤집는 북한의 뻔뻔함에 철저히 대비함은 물론 정교한 준비로 이번에는 그들의 노림수에 넘어가선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을 위한 다자 회담인 6자 회담을 통해 북의 전략과 전술을 파악할만큼 파악하지 않았는가. 무려 10년이 넘도록 그들에게 끌려 다니며 원하는 것을 많은 것을 내주고도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무차별 포격을 선물로 받았다.

전쟁 중이라도 적과 대화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다짐은 백번 옳은 말이다. 또 남과 북의 간단없는 긴장고조는 과도하게 국력을 한 곳에 소모시키게 할 뿐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과 회담은 하되 단기적인 현안 해결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적이고 직접적인 목표는 결코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