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G2, 제로섬 게임’ 탈피… 상호 존중·공동 승리 모색

입력 2013-06-09 18:27 수정 2013-06-09 22:37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서니랜즈 회동’에서 가장 강조한 의제는 무엇보다도 ‘신형 대국관계’ 정립이었다. 물론 북한핵이나 기후 변화, 사이버해킹 등도 주요 이슈였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능가할 수 없었다.

관영 신화통신이 9일 “중·미 양국이 신형 대국관계를 건설하기로 한 것은 초유의 일”이라고 한 시 주석의 말을 머리기사 제목으로 단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이번에 중국의 신형 대국관계 수립 요구를 마침내 수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1차 회담에서 “중국이 지속적이고 평화적으로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세계 양대 대국으로서 건강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드넓은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개의 대국을 수용할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양국은 새로운 대국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오바마-시진핑 만남에 즈음해 더욱 부각된 ‘신형 대국관계’는 실체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굴기(堀起)하는 나라와 이미 대국이 된 국가가 충돌과 모순을 처리하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중국 정부는 정의한다. 이를 통해 두 강대국 간 ‘제로섬 게임’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지난해 5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 당시 양국이 주요 의제로 삼아 주목을 끌었다. 그 뒤 미·중 제3차 인문교류 고위대화와 멕시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지난해 11월 신형 대국관계는 세계 주요 언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보다 앞서 2011년 1월에는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상호 존중과 이익, 공동 승리를 위한 협력 동반자 관계’, 즉 신형 대국관계를 건설해야 한다는 데 두 나라가 공감했다. 이어 지난해 2월 시진핑 당시 부주석 방미 때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중국이 이 개념을 본격적으로 주창하기 시작한 것은 후 전 주석 재임 시절인 2010년부터다. 그해 5월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다이빙궈(戴秉國) 당시 국무위원은 “양국은 사회제도, 문화전통, 발전단계가 다른 국가들이 서로 존중하고 조화와 협력으로 윈-윈 하는 신형 대국관계를 열어가야 한다”고 처음으로 발언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신형 대국관계의 의미를 “전통적인 대국관계를 버리고 국제관계의 이론과 실천의 중대한 혁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신형 대국 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미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중화민족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할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찬룽(金燦榮)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신형 대국관계는 여전히 모호한 개념”이라면서 “다만 두 정상이 이번에 순조로운 대화를 한 것은 앞으로 껄끄러운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ey Word-신형 대국관계

상호 존중과 이익, 공동 승리를 위한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핵심으로 하는 대국 관계를 말한다고 중국 정부는 밝히고 있다. 특히 굴기(堀起)하는 국가와 이미 대국이 된 나라가 충돌과 모순을 처리하는 새로운 방식을 지칭한다는 것이다.

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