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40도 폭염 아랑곳 ‘파격’ 만남…인권·해킹 등 신뢰장벽 여전

입력 2013-06-09 18:17 수정 2013-06-09 22:33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기존 초강대국인 미국과 신흥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정상의 첫 만남은 시작부터 파격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7∼8일(현지시간) 이틀간 모두 8시간이나 자리를 함께했다. 수도 워싱턴보다는 캘리포니아주 인공 휴양지인 란초미라지 서니랜드는 격의 없는 대화를 위해서는 최적의 장소였다. 특히 섭씨 40도를 훌쩍 넘기는 사막의 폭염도 전 세계적 의제를 놓고 의견을 나누는 두 정상에게는 큰 장애가 아니었다.

비공식 회담이지만 미·중 양국의 고위 관계자가 총출동했다. 미국은 존 케리 국무장관을 비롯해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중국 역시 시 주석의 외교안보 참모로 ‘무관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 중앙정치국 위원(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과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이 배석했다.

첫날인 7일 다뤄진 주제는 주로 외교·안보 등 큰 틀의 양국 관계였다. 오후 5시가 넘어 시작된 이날 일정은 저녁을 겸해 오후 10시44분 마무리됐다. 무려 5시간30분 동안 대화를 나눈 것이다. 저녁 만찬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미국의 유명한 요리사인 바비 플레이가 만들었다. 최고급 스테이크와 멕시코식 바닷가재 요리가 주 메뉴였으며 체리파이가 디저트로 제공됐다. 시 주석은 중국의 명품 술인 마오타이를 가져와 건배를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사 과정에서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으로 성사된 양국 수교 과정이 상기됐다. 새로운 세기를 시작하는 미·중 관계의 미래가 자연스럽게 화두가 됐다.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이버 해킹 문제와 중국 인권 문제가 거론되면서 여전한 ‘신뢰의 장벽’이 확인됐으며, 시 주석이 “중국도 사이버 해킹의 피해자”라고 적극 해명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기후변화 문제와 함께 중국과의 협력 과제로 언급한 북한 문제는 이날 만찬에서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틀째인 8일에는 미·중 정상 간 산책과 2차 회담이 이어졌다. 가벼운 와이셔츠 차림으로 서니랜드 내 산책 코스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유지 비법을 묻자 시 주석은 “매일 1000븖씩 수영을 즐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오전 9시25분부터 11시30분까지 주로 경제 문제를 현안으로 회담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산책 때 잠시 앉았던 캘리포니아산 레드우드(삼나무)로 만들어진 공원벤치를 선물했다. 당초 2차 회담의 주제는 경제였지만 최근 미국 내에서 관심이 높은 사이버 해킹 문제가 또다시 다뤄졌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사이버 해킹 관련 사례를 언급하며 지적재산권 침해는 양국의 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중국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장 내부를 다녀온 사람들은 두 정상의 회담이 “불편할 정도로 더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국은 다음 정상회담이 열리는 중국에서도 격의 없이 넥타이를 풀고 만나기로 했다.

란초 미라지=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