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전례없이 8시간 함께… 만찬서도 ‘北核’ 논의

입력 2013-06-09 18:18

미국 란초 미라지의 휴양시설 서니랜즈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8일(현지시간) 함께 보낸 시간은 8시간(480분)에 달했다. 양국 정상회담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톰 도닐런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밝혔다. 7일 1차 정상회담과 기자회견, 만찬 등 5시간30분 동안 일정을 함께했고, 8일에는 2시간30분 동안 산책과 2차 정상회담을 했다.

도닐런 보좌관은 8일 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주요 의제 중 북한 문제를 제일 먼저 거론했다. 그만큼 양국 정상 간에 ‘뚜렷한’ 합의가 이뤄져 최대 회담 성과로 내세울 만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7일 정상회담 뒤 만찬을 하며 북한 핵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고 한다.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원칙에 ‘어렵지 않게’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물론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이라는 무게가 만만찮은 공식 석상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양국이 공동 노력한다고 합의한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도닐런 보좌관은 “양국 정상은 북한이 비핵화해야 하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동북아시아 지역에 큰 영향을 준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어떤 나라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협력과 대화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국이) 비핵화라는 목표 등에 대해 ‘완전한(full)’ 합의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막아야 한다는 데 양국이 완전한 의견일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사태가 진전된 것은 북한 핵무기 개발이 가지는 의미와 파장에 대해 양국이 같은 분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이날 란초 미라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중 정상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같은 입장과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도닐런 보좌관의 발표가 과장이 아님을 확인한 것이다.

중국의 분위기 변화를 감지하고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의 특사까지 보낸 북한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소식통은 “비공식성을 강조하는 이번 회담의 성격상 ‘공동선언’이라는 형식을 취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양 정상이 북한에 공동으로 경고장을 보낸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최근 북한과 대화에 나선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 성격이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처럼 남북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등을 협의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 추진하는 상황에서 더 높은 단계의 남북한 협력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란초 미라지=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