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판문점 실무접촉] 北 다른 꿍꿍이 있나… 불과 두달새 너무 고분고분

입력 2013-06-09 18:09 수정 2013-06-09 22:29

전격적인 남북 당국 간 회담 제의에 이어 우리 측의 역제안과 수정제안까지 그대로 수용한 북한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정전협정 백지화, 불바다 발언 등 불과 2~3개월 전까지 군사적 도발 위협을 서슴지 않던 북한이 확연히 다른 자세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6일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이후 북한 태도는 이례적일 만큼 적극적이다. 장관급 회담으로 만나자는 우리 측 제의를 그대로 수용한 데 이어 실무접촉 장소 역시 개성에서 판문점으로 변경하는 데 동의했다. 앞서 당국 간 회담 장소와 날짜도 ‘편리한 시기’로 정해 우리 측 결정에 일임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판문점이다. 판문점에서 남북이 실무접촉을 한 것은 2000년 4∼5월 네 차례 정상회담 준비접촉과 경호, 통신 등 분야별 실무접촉이 열린 게 마지막이었다. 판문점에선 남북 간 군사 실무접촉이 열리긴 했지만 일반적인 당국 간 회담은 그동안 열리지 못했다. 9일 남북 당국 간 실무접촉은 13년1개월 만에 열린 것이다.

북한 군부는 자신들이 관할하는 군사지역인 판문점에서 당국 간 회담이 열리는 것에 강력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부가 직접 나서는 회담인 군 당국 간 회담만 판문점에서 개최토록 한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에 미군이 관리하는 판문점에서 남북 화해와 협력 문제를 논의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후의 남북회담은 서울, 평양, 개성, 금강산, 문산 등에서만 열렸다. 전직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북한이 판문점을 회담 장소로 수용한 것은 파격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북측이 회담의 장소와 날짜 등 행정적인 사안은 우리 측 결정에 맡기되 회담 핵심 의제만큼은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북측은 이날 실무접촉에서 조평통 대변인이 특별담화를 통해 제시한 회담 의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