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판문점 실무접촉] 장관급 회담 의제·수석대표 놓고 새벽까지 줄다리기

입력 2013-06-09 18:09 수정 2013-06-10 01:15


남북은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9일 열린 2년4개월 만의 실무접촉에서 장관급 회담 의제 등을 놓고 밤늦게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오전 회의에서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연다’는 대전제를 확인했지만 이후 구체적 합의 문구를 둘러싸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은 자정을 넘겨 10일 새벽 1시 이후까지 15시간 이상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남북은 오후부터 의제와 대표단 규모, 체류일정 등을 놓고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양측은 여러 차례 수석대표 회의에 이은 정회, 회의 재개 등을 계속했지만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밤에는 15분 단위로 7차 수석대표회의를 열었다 정회하는 등 막판까지 진통을 계속했다.

당초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처럼 보였던 실무접촉은 오후 들어 상황이 변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북측 수석대표로 누가 나올지와 6·15공동선언 기념행사를 의제에 포함시킬지 여부였다.

북한은 실무접촉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지난 6일 발표한 특별담화문의 제안 내용을 반드시 장관급 회담 공식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회담 대표도 실무급인 내각책임참사를 내보내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오전에 한 얘기를 오후에도 반복했다”며 “의제에 대해선 조평통 특별담화문 내용의 연장선에서만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측은 한반도 긴장완화 조치 등 포괄적 대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정이 이틀 이상이라야 한다고 맞섰다. 의제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문제만 명문화하고 북측이 요구한 6·15공동선언과 7·4공동선언 기념행사 공동 개최, 민간단체 내왕·접촉 등은 ‘포괄적 현안’에 포함시키자고 요구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장관급 회담 북측 수석대표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원했으나 북측은 전례가 없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남측에서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북측에서 김성혜 조평통 서기국 부장이 각각 대표로 참석한 실무접촉은 오전 10시13분에 시작됐다. 천 실장은 “오래간만에 하는 회담이고 더운 날씨에 오시느라 고생 많았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 부장은 “몇 년 만에 진행되는 회담으로 더운 날씨든 추운 날씨든 날씨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화답했다.

오전 전체회의는 불과 47분 만인 오전 11시에 끝났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낮 12시에 진행된 중간 브리핑에서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한다는 것은 쌍방 간 합의된 전제이며 공통 인식”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