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판문점 실무접촉] 朴, 2002년 방북때와 이슈 겹쳐… 장성택이 밑그림 그렸나

입력 2013-06-09 18:10


6년 만에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게 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북한을 방문했던 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9일 현재 남북 양측에서 거론되는 7·4 남북공동성명, 이산가족 상봉, 장관급 회담의 서울 개최 등 주요 이슈들이 11년 전 박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에서 논의됐던 내용의 연장선상에 놓인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지난 6일 당국 간 회담을 열자면서 1972년 박 대통령의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 주도로 체결된 7·4 남북공동성명을 언급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남북 간 대치가 첨예했던 시절에 박 전 대통령과 김일성 북한 주석이 합의한 7·4 공동성명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 3원칙’을 제시하는 등 당시로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았다. 2002년 5월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 자격으로 3박4일간 평양을 전격 방문한 박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선친의 ‘유산’인 7·4 공동성명의 의미를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정례 면회소 설치와 6·25 전쟁 때 행방불명된 국군의 생사확인, 금강산댐 남북 공동조사, 북한 축구 국가대표단 초청 등을 제의했고 김 위원장은 전부 흔쾌히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와 관련해선 김 위원장이 ‘장소는 금강산 관광길의 적당한 곳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박 대통령이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서울) 답방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언급했고 “적절한 시기에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체제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한 달 가까이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춰 남북 대화 분위기를 막후에서 주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정부 일각에서 나온다.

장 부위원장은 북한 최고위층 가운데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난 유일한 인물로 2002년 박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면담 뒤 당시 노동당 조직부 제1부부장이던 장 부위원장과 2시간 정도 만찬을 함께 했다.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당시 논의됐던 내용을 잘 아는 그가 대남 제안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장 부위원장은 핵실험, 미사일 발사 같은 군사적 도발 대신 경제개혁 조치와 특구 조성 및 외자 유치를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을 도모한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장 부위원장이 군부 강경파와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국면에서 중국까지 대북압박에 동참하는 등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자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장 부위원장의 역할론이 대두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장 부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