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한 교회가 친근한 동네 사랑방으로

입력 2013-06-09 17:49 수정 2013-06-10 14:38


한교연·서울시 공동프로젝트 ‘행복한 작은 도서관’ 개관 한달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서울시가 손잡고 펼치는 ‘교회 내 작은 도서관 만들기’ 캠페인이 시작된 지 막 한 달이 지났다.

지난달 6일 ‘행복한 작은 도서관’ 1호점 개관에 이어 한 달 만에 2·3호점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교회-지자체 간 공익사업 모범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개관한 1∼3호점을 방문, 교회 도서관 프로젝트의 가능성과 과제를 짚어봤다.

◇교회 유휴공간 활용 ‘이보다 좋을 순 없다’=지난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6가 중앙성결교회(한기채 목사) 교육관 4층 ‘꿈꾸는 날 찾는 청파도서관’. 입구에 들어서자 좌우 벽을 따라 3000여권의 책들이 줄지어 진열돼 있었다. 벽에는 공공 도서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십진분류표’가 걸려 있고, 테이블에는 성도들이 기증한 책 꾸러미 서너 개가 놓일 자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꼭 동네 도서관 같은 풍경이었다.

“총 1만권 정도 소장할 수 있어요. 지난 2개월간 기증받아 채워진 책들 중 60%는 어린이, 40% 정도가 기독교 관련 서적이나 일반 서적이에요. 주일에는 고등부 예배실로 사용되는 곳인데,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개방하고 있어요.” 교회 중등부 및 청파도서관을 담당하는 장주한 전도사의 설명이다.

교회 측은 지난달 6일 개관한 이래 명실상부한 ‘동네 도서관’ 만들기 작업에 한창이었다. 서울시 지원으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배포한 작은 도서관용 도서 관리 프로그램인 ‘코라시스’ 시스템을 설치하는가 하면 주민 홍보 방안도 강구 중이었다. 특히 도서관과 함께 붙어 있는 3개 세미나실까지 지역주민들과 학생들에 개방한 상태다. 한기채 담임목사는 “평일에 비어 있는 교회 공간을 지역사회와 일주일 내내 공유하는 도서관으로 사용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교회 내 유휴공간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취지는 2·3호점도 마찬가지. 서울 답십리동의 아파트 상가 3층에 위치한 우성장로교회(박광철 목사). 장년 성도 50명 안팎의 이 교회 교육관 역시 그동안 평일에는 교회 성도들의 휴식 및 모임 장소로 사용되어왔던 곳. 하지만 박 목사는 이 교육관을 행복한 작은 도서관 2호점 ‘우성도서관’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내놓았다. 교회 옆에는 5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2000여권의 장서와 함께 피아노, 에어컨 등이 구비돼 있는 도서관은 향후 영어강습·종이접기 등 문화 강좌 교실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3호점인 서울 신도림동 새서울교회(윤성호 목사)의 길숲도서관(198㎡ 규모) 역시 그동안 유·소년부 예배공간으로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6000여권 규모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 외에 공부방과 주민쉼터 기능도 담당할 예정이다.

◇성도·주민·지자체가 함께 만들어가야=최근 한 달 사이 개관한 교회 내 작은 도서관들의 공통점은 타깃을 철저히 지역주민들에게 맞췄다는 것. 3호점을 개관한 윤성호 목사는 9일 “도서관 개관은 동네 주민들이 스스럼없이 교회에 들러서 머물다 가는 ‘사랑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교회 구성원들이 마음의 문을 연 것”이라고 귀띔했다.

효율적인 교회 도서관 운용을 위한 과제도 눈에 띄었다. 아무리 작은 도서관이라도 도서관 관리 프로그램 등을 운용할 자원봉사자들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 현장 담당자들은 이들을 위한 정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또한 교회 도서관 홍보를 비롯해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 및 운영점검, 지속적인 도서보급 등도 꼽혔다.

‘행복한 작은 도서관’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전욱진 도서관 정책과장은 “교회 도서관이 서울지역에서 어느 정도 활성화할 경우,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서울시는 물론 개교회와 한교연, 지역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도서관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