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비핵화’ 속내 탐색 남북 정상 대리전
입력 2013-06-09 17:46 수정 2013-06-10 00:35
남북이 9일 장관급 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번 회담을 통해 서로 첫 메시지를 주고받게 됐다.
6년 만에 성사되는 이번 고위급 회담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등 양측의 현안 전반을 논의하는 자리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두 최고지도자가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대리 남북 정상회담’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벌써부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 “장관급 회담 성사가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피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두 정상 간 ‘수 싸움’이 이번 회담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박 대통령이 원칙에 충실한 반면 김 제1위원장은 대내외적으로 생각지 않았던 모험을 감행하는 스타일이다. 60대 초반의 박 대통령과 30대 초반의 김 제1위원장이 성격과 나이, 통치 방식에서도 서로 정반대인 셈이다.
2002년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던 박 대통령은 취임 전 북한 최고 권력을 대해본 유일한 현직 남한 대통령이자 10년 이상 ‘원칙’을 갖고 대북(對北) 전략을 가다듬어온 정치인이다. 대선 공약을 ‘매뉴얼’처럼 따르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앞으로의 대북 접촉에서도 지금까지 선보인 정책 기조를 고스란히 유지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핵무기 개발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북측에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김 제1위원장은 이번 대화가 그동안 자신이 행해온 대남 강경책의 실패에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상당히 위축돼 있는 상태다. 장관급 회담 카드를 받은 것 자체가 이미 한수 접은 모양새다. 현안에 대한 우리 측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 측의 비핵화 압박에는 굴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결국 이번 장관급 회담은 개성공단 정상화 등을 논의하는 실무접촉 형식을 갖지만 내용적으로는 한반도 정세의 최대 변수인 ‘비핵화’를 둘러싸고 두 정상이 어떤 의중인지를 서로 탐색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12일 서울을 방문할 북측 장관급 회담 대표단이 박 대통령을 면담할지도 관심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